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파리협정 재탈퇴 등 주요 기후·환경정책이 후퇴하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미래세대를 위한 기후위기 적극 대응'을 10대 공약 중 하나로 내건 새 정부가 출범했다.
그러나 이재명 대통령의 1호 공약은 '기후위기 대응'이 아니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이다. 다만 AI산업은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센터의 막대한 전력수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다. 자칫 'AI 강국'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경제성 있는 화석연료 에너지에 의존하게 된다면 '탈 탄소' 공약은 공염불이 된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 등 추격자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AI 패권'을 강화하는 한편 '기후 악당'의 길로 나아가고 있다. 재생에너지 예산과 해상풍력 프로젝트 지원을 축소하고 전기차 보급 정책과 친환경 규제를 철회·폐지했다. 반면 화석연료 발전소를 건설하고,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설치해 에너지를 공급한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슬로건으로 AI 등 자국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환경성을 버리고 경제성을 선택한 것이다.
AI와 기후변화는 둘다 중요하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경제적 손실을 감내하고 미래세대 위한 담대한 도전을 해야한다. 폭염·폭우·가뭄·태풍 등 매년 발생하는 새로운 이상기후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첨단기술 즉 '기후테크'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미국의 글로벌 기후·환경 리더십이 쇠락하는 것은 후발주자에게 오히려 기회다. 한국은 선진국으로서 책임에 걸맞게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수립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글로벌 톱 티어 K-기후테크 기업을 육성해 '기후테크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