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 칼럼] 누가 대통령의 발목을 잡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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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다음 날인 지난 4일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의 “야당의 좋은 점은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있다는 것이고, 나쁜 점은 자료가 없다는 것”이라는 발언을 듣고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가 생겼다. 대통령 최측근이 여당과 야당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고 판단됐다. 집권 여당이 된 만큼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하고, 목소리를 불필요하게 크게 내지 않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먼저 달라진 대통령

[차장 칼럼] 누가 대통령의 발목을 잡나

지난 3주간 그 기대에 가장 부합한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야당을 비롯한 반대 세력을 거칠게 몰아세우지 않고, 전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취임 후 여야 대표들과 이미 두 차례 식사를 같이했다. 전 정부 장관들에겐 당분간이라도 열심히 일하자고 격려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는 무리한 법안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타운홀미팅 직전 자신을 향해 고함치던 시민에게 “행사장 안으로 오셔서 발언하시게 하라”고도 했다. 여론은 호응했다. 26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62%로 2주 전에 비해 9%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모두가 대통령과 같은 마음은 아닌 듯하다. 당장 여당과 야당의 차이를 말했던 이 위원장은 정부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공개적으로 “실망스럽다”고 질타했다. 검찰 업무보고는 두 번 ‘퇴짜’를 놨다. 대통령이 공직자들을 끌어안을 때, 국정위 소속 한 의원은 “공직사회는 세상이 바뀐 것을 인지하지 못하나”라고 윽박질렀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국정기획위가 완장을 찼다”는 반응도 나왔다.

여당이 된 민주당의 최민희 의원은 전 정부에서 임명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뇌 구조가 이상하다”고 공개 비판했다. 이 위원장이 임기 보장 및 대통령과 임기 일치 등을 요구했다는 이유에서다.

추미애 의원 등도 목소리를 줄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는 미국의 이란 공습에 대해 “국제법 위반” “정당성이 없는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대선 전 이 대통령의 외교관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됐고, 이 대통령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여당 의원이 미국에 날을 세울수록 이 대통령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데도, 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조현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외교부 장관이 취임 뒤 미국부터 가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발언도 마찬가지다.

아직 야당 같은 여당

야당은 목소리가 커야 한다. 정부를 상대로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는 야당은 실패한다. 이 대통령도 야당 대표 시절 누구보다 정부를 매섭게 공격했다. 그러던 이 대통령도 당선 이후 목소리를 키우는 대신 자료를 들여다본다. 정부 여당이 목소리를 크게 내면, 목소리를 내지 않는 야당처럼 실패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 강경한 노동관을 가졌던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지만 이제 모든 일하는 시민들을 배려해 노동행정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서 있는 자리가 달라지면 풍경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은 가장 먼저 빠르게 서 있는 자리를 바꿨다. 여권의 일부 인사들은 아직도 야당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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