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0월 경주 APEC에 어른거리는 '새만금 잼버리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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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6.26 17:32 수정2025.06.26 17:32 지면A35

10월 말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개막까지 채 넉 달도 남지 않았는데 APEC 만찬장 건설 공정률이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주요 시설인 국제미디어센터와 경제전시장의 공정률도 각각 30%, 15%에 그친다. 21개 회원국 정상에게 초청장 발송조차 아직 하지 않았다. 참석 여부나 방한 인원 규모가 ‘깜깜이’ 상태니, 숙박시설 준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조기 대선으로 이어진 6개월의 국정 공백 탓이 크다고는 하지만 APEC 정상회의는 그런 변명이 통하지 않는 중요한 외교 행사다. 2005년 부산 APEC에 이어 20년 만에 다시 의장국이 돼 한국의 국가 브랜드와 위상을 세계에 알릴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 중국 등 회원국 정상은 물론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700명을 포함해 참가 기업인만 4000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혹시라도 준비가 부실해 이들이 눈살을 찌푸린다면 대한민국의 국격과 이미지는 바닥까지 추락할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는 2023년 전북 새만금에서 열린 세계잼버리의 파행이 아직 악몽처럼 남아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책임 행정이 합작한 부실한 준비로 세계적 망신을 샀다. APEC은 잼버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규모가 크고 의미가 있는 행사다. 새만금 잼버리 같은 부실한 준비가 용납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경주는 지난해 유치전에서 인천과 제주를 누르고 APEC 개최지로 결정됐다. 신라의 숨결이 깃든 천년고도로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을 세계에 알릴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5성급 호텔이 2개에 불과한 점이 경주의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음에도 숙박 대란의 우려가 여전한 것을 보면 그동안의 준비가 너무 안일하지 않았나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자체에만 맡겨둘 게 아니라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준비 상황을 철두철미하게 점검하고 조정할 일이 있다면 속도감 있게 조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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