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0시께 서울시가 운영 중인 상암동 자원회수시설(소각장) 정문. 쓰레기 수거차량 앞을 막아선 백남환 마포구의회 의장과 어떻게든 진입로를 확보하려는 소각장 직원 사이에 거친 욕설과 고성이 오갔다. 백 의장 옆에는 박강수 마포구청장과 전동휠체어를 타고 스크럼을 짠 장애인단체 회원 등이 나와 함께 진을 쳤다.
이들 시위대는 소각장 관계자에게 “쓰레기봉투를 일일이 다 뜯고 검사해서 음식물쓰레기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모조리 돌려보내야 한다”며 사실상 정문을 봉쇄했다. 그 바람에 쓰레기차량 20여 대가 1㎞ 넘게 줄을 서서 공회전만 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들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사실을 고발한 한국경제신문 24일자 A25면 보도에 대해 마포구가 내놓은 해명 자료는 사뭇 달랐다. 마포구는 “주민감시원만 법에 따라 성상검사를 했고 집회는 평화적이었다” “쓰레기 수거 차량 대기는 평소에도 늘 있던 통상적 현상”이라고 했다. 기자가 현장에서 직접 들은 욕설과 고성, 주민들의 “봉투 뜯자” “소각장 내부로 진입하자” 등의 외침은 슬그머니 빠졌다.
쓰레기봉투 검사 방식에 대한 해명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마포구는 “서울시의 자원회수시설 반입 기준에 따라 전수 육안검사를 시행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에는 트럭 뒷문만 열어 확인했지만 23일부터 적재함 앞부분까지 검사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에 대해 “폐기물을 바닥에 쏟아 전량 검수하라는 지침은 없다”며 “음식물쓰레기 등이 일부 혼입되더라도 오히려 소각로의 과열을 막는 등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현장에선 막무가내식 검사가 이어졌고 반입 시간은 평소보다 두 배 이상 길어졌다. 이 과정에서 용산·중구·서대문구·종로구 등 5개 자치구의 쓰레기 수거차량은 인천, 김포 등 수도권매립지나 민간처리장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물론 추가 비용(t당 10만원)은 고스란히 시민 세금으로 충당됐다.
마포구가 주장하는 ‘주민 건강권’ 논리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마포구 스스로 소각장 인근 하늘·노을·난지한강공원 일대에서 크고 작은 행사를 연간 수십 회 이상 유치해 왔기 때문이다. 구는 “행사는 단발성, 소각장은 상시 가동이라 다르다”고 하지만 궁색한 변명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소각장은 기피 시설이 아니라 도시를 지탱하는 필수 인프라다. 일본 도쿄, 덴마크 코펜하겐처럼 소각장이 지역의 관광명소로 성공한 사례도 적잖다. 갈등을 조율하고 문제를 풀어야 할 구청장과 구의장이 이런 책무를 저버린다면 향후 눈덩이처럼 늘어날 쓰레기와 처리 비용은 모두 시민의 몫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