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마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만나 방산협의체를 신설, 협력을 증진하기로 한 것은 의미가 크다. 한국이 나토의 차세대 전력(戰力) 공동 개발·획득 프로젝트에 참여해 핵심 방산물자 공급에도 기여하기로 했다. K방산의 유럽 진출 확대를 위한 전기가 마련된 셈이다.
때맞춰 유럽 국가들이 군비 증강에 나서는 것도 K방산에 호재다. 나토 유럽 회원국들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해 2035년까지 국방비를 기존보다 2.5배 늘려 국내총생산(GDP)의 5%로 증액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8000억유로(약 1267조원) 규모의 재무장 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마냥 기대만 부풀릴 상황은 아니다. 유럽이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을 통한 자체 방산 강화로 나아가고 있는 데다 미국은 자국산 무기 구매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자체 방산 능력을 회복하려면 수년이 걸린다. 전차와 자주포를 비롯해 동유럽 수출 과정에서 보여준 빠른 납품과 높은 가성비 등 K방산의 강점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유럽 시장을 넓혀갈 수 있다. 나토 회원국들이 K방산의 또 다른 대표주자인 함정과 잠수함을 잇달아 발주하는 것도 기회다.
과제도 적지 않다. 유럽은 첨단 무기 공동 개발에 나서고, 역내 공동 국방기금 창설도 서두르고 있다. 국방비 증액을 계기로 막강한 자본력으로 바이 유러피언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도 ‘K방산 수출금융 지원’ 체제 구축을 적극 검토하고, 유럽의 역내 생산 우대에 따른 현지 진출 세일즈 외교도 절실하다. 우리의 약점인 전투 체계 소프트웨어 기술력 제고를 위한 연구개발(R&D) 지원도 확대하고, 까다로운 수출 과정과 최저가 입찰 등 규제도 개선해야 한다.
미국의 국방비 증액 압박은 우리도 피해 갈 수 없다. 그렇다면 첨단 무기 기술 국산화 등 K방산 경쟁력 강화를 통한 국익을 극대화하는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안보를 더 튼튼히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K방산 수출 확대로 이어지게 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