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혼탁하다. 이보다 현 상황을 설명할 더 적절한 표현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강한 시대를 살고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세상이 더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 속에 장밋빛 미래를 꿈꾸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정치적 신뢰가 약화되고, 국가 간 무한 대립이 일상화되며, 갈등과 불안이 뒤섞인 혼돈의 세계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희망은 있다. 인류는 위기 때마다 늘 그래 왔듯, 호기심과 진보에 대한 열망을 멈추지 않았고, 그 결과 수많은 혁신을 이뤄왔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AI)의 탄생과 비약적 발전은 시대를 바꿀 결정적 사건이다. 물론 그 결과는 인류에게 축복이 될 수도, 위기가 될 수도 있다.
![[ET시론]불확실성의 세상, 혁신금융의 역할](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9/22/news-p.v1.20250922.33e0d6b1a1da4966a2eb6f3c15a5442f_P1.png)
필자는 앞서 'AI to X', 즉 모든 분야에 AI가 활용되고 융합되는 AX시대를 언급한 바 있다. 오픈AI가 제시한 발전 단계만 보더라도, AI는 단순한 챗봇을 넘어 추론자, 에이전트로 진화했고, 이제는 혁신자와 조직의 단계까지 나아가고 있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우리는 불확실성을 피하지 말고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늘 주시하고,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며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를 깊이 논의해야 한다.
머지않은 미래, AI 혁신이 로봇 기술과 결합하면 인간은 기존의 육체노동으로부터 해방될 것이다. 현재 로봇의 발전은 눈부시지만 아직 인간의 육체 생산성을 완전히 넘어선 것은 아니다. 정신노동의 상당 부분은 이미 AI가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 머지않아 로봇과 AI가 결합해 인간의 노동 대부분을 대체할 날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질문은 '우리는 어떤 노동을 해야 하는가'다. 단순한 효율성 경쟁에서 인간은 AI와 로봇을 이길 수 없다. 그러나 자녀가 부모에게 건네는 카네이션,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 같은 경험은 어떤 기술로도 대체할 수 없다. 결국 인간이 해야할 일은 AI와 융합된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인간 고유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것이 바로 혁신 금융이다. 이미 노동 생산성은 자본 생산성에 뒤처진 지 오래다. 과거 노동 경제학이 강조하던 전통적 가치들은 빛을 잃었고, 금융은 오히려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킨 주범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그러나 다가올 AI 혁명 속에서 금융마저 의미를 잃고 지배당할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 우리는 금융이 인류와 산업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혁신 금융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ET시론]불확실성의 세상, 혁신금융의 역할](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9/22/news-p.v1.20250922.8fc0a7efe85a4e0aaf5895a3fe5a280a_P1.png)
혁신 금융은 단순히 기존 산업과 유망 산업에 투자하는 것을 넘어, AI 발전이 인류의 삶 증진으로 이어지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산업 현장의 AI to X, 즉 디지털전환(DX)를 넘어서는 AX를 촉진하며, 효율성뿐 아니라 인간 중심의 가치와 결합된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이미 민간 분야는 혁신 산업, 특히 AI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혁신 금융이 사회 전체의 부가가치 상승에 기여하려면 민간과 발맞춘 국가적 차원의 역할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이미 앞다퉈 대응 중이다. 미국은 SBIR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약 40억달러를 투입해 4000여개 혁신 기업을 육성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민간 주도의 요즈마 펀드로 글로벌 혁신 생태계를 구축했다. 중국은 초대형 첨단기술 펀드로 AI·양자컴퓨터·수소배터리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본은 'J스타트업(J-Startup)'을 통해 정부의 공정성과 민간의 전문성을 결합해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싱가포르의 벤처 펀드 지원, 사우디아라비아의 공공투자펀드(약 1400조원 규모)도 대표 사례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최근 몇 년간 우리는 오히려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고, 벤처펀드 지원도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였다. 그 결과 몇 년째 유니콘 기업이 새로 나오지 못했고, 창업 생태계는 '암흑기'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다행히 최근 분위기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서울대기술지주가 초기부터 모든 투자 라운드에 참여한 리벨리온이 해외 유수의 투자사를 유치하며 유니콘으로 등극했고, AI 반도체 기업 퓨리오사도 좋은 소식을 전했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 국가와 민간이 함께 5년간 150조원을 조성해 AI, 반도체, 바이오, 로봇 등 첨단 전략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국민성장펀드가 발표됐다. 필자도 마포 프런트원에서 열린 발표 현장에 참석해 필요성과 정부의 의지에 공감했다. 그러나 아직은 구체적 실행 방법이 부족하다. 현장에서 나온 지적처럼, 결국 핵심은 모인 재원이 혁신을 위해 효과적으로 집행되느냐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집행 주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ET시론]불확실성의 세상, 혁신금융의 역할](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9/22/news-p.v1.20250922.de2201b61fc54d7bae0462bc592b912e_P1.png)
그동안 한국의 금융 집행 기관들은 산업 발전에 긍정적 기여를 해왔지만, 지금의 변화 속도와 불확실성에 맞게 혁신 금융으로 진화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모펀드 운용은 지나치게 소수 기관에 집중돼 있고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 기관이 비대해질수록 관료적 성격이 강화되고, 전문성보다는 행정 편의와 자기들 입맛에 따른 배분이 반복된다. 실제 산업 현장의 혁신 수요와는 동떨어진 채 자금을 '관리'하는 데 머무르는 구조다. 이런 방식으로는 시대가 요구하는 혁신 기업을 키워낼 수 없다.
따라서 모펀드의 구조와 운영 방식 자체가 혁신돼야 한다. 단순 관리 기관이 혁신 금융을 좌우하는 현재의 구조는 지속 불가능하다. 전문성과 실행력을 갖춘 민간이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하며, 모펀드 운용 체계도 세분화되고 다양화돼야 한다. 기존 기관들은 행정 관리 이상의 권한을 쥐고 있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혁신을 원한다면 지금의 체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대항해시대 콜럼버스와 이름 없는 선장들이 신대륙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무조건 믿고 맡겨주던 왕실의 '혁신 금융'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한국이 맞닥뜨린 불확실성의 파고를 넘어 세계적 강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혁신 금융이 사회 곳곳에 뿌리내릴 때, 우리는 AI 시대의 진정한 주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지금 세계는 트럼프발 불확실성과 각국의 이기주의 강화로 더 큰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수차례의 위기를 극복하며 더 강해진 경험이 있는 나라다. 이번에도 우리는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금융이 진정으로 혁신을 위해 쓰이도록 방향을 바로잡는 일이다.
대한민국이 시도하는 혁신 금융의 실험이 지금의 낡은 제도를 뛰어넘어 진짜 혁신으로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이야말로 불확실성의 시대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목승환 서울대기술지주 대표 moksh@snu.ac.kr
〈필자〉서울대에서 재료공학과 경제학을 전공, SK커뮤니케이션에서 사업전략과 신사업을 경험하고 이후 10여년 동안 스타트업 창업과 자금회수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에 입문했다. 공공 영역에 스타트업 생태계 기여가 필요하다는 결심으로 모교 투자사인 서울대기술지주에 2016년 입사해 2020년 내부 승진 대표직을 맡은 후에 연임하고 있다. 2017년 서울대STH 제1호를 시작으로 모태펀드, 성장금융, 지자체와 외부 출자자가 연계된 펀드와 성과 공유 기부형 펀드를 비롯한 총 14개 1200억원 규모 펀드를 운용하며 다양한 분야의 혁신 스타트업에 투자와 유니콘 기업을 성장시키고 있다.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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