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둘러싼 글로벌 투자 열풍이 거세지면서, 시장 내부에서도 'AI 버블(거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기업인들과 벤처캐피털들은 “AI 기업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실제 기술력이나 수익 구조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닷컴 버블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계하고 나섰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개발자 행사에서 “AI의 많은 부분이 거품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잘못된 판단을 내리고, 어리석은 스타트업들이 엄청난 자금을 끌어모으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과 경제 전문가들도 AI 투자 열기에 신중론을 내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AI 산업의 성장 전망이 과도하게 반영돼 있으며, 일부 투자는 실질적 가치 창출과 괴리돼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 역시 BBC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AI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AI에 대한 낙관론이 현실보다 앞서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오픈AI를 중심으로 형성된 복잡한 투자 구조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오픈AI는 최근 엔비디아와 1000억달러 규모의 거래, AMD로부터 연간 수백억달러의 장비 구매 계획, 오라클과의 3000억달러 계약 등 초대형 거래를 잇달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와 공급업체 간 자금이 맞물리며,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판매자 금융(vendor financing)'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공급업체가 고객사에 투자하거나 자금을 빌려줘, 그 돈으로 다시 자사 제품을 구매하게 만드는 구조다. 겉보기에는 매출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자금이 순환하는 '돌려막기식 투자'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인터넷 버블 시기 캐나다 통신장비 업체 노텔의 몰락을 떠올리게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당시 노텔은 고객사에 자금을 빌려 자사 제품을 사게 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부풀렸고, 버블 붕괴 후 채무 불이행이 잇따르며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하지만 AI 산업 전반에 대한 낙관론도 여전하다.
AI 커뮤니티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제프 부디에는 “인터넷 역시 과잉 투자된 인프라 위에서 성장했다”며 “AI 인프라 투자가 단기적으로 재정 위험을 낳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혁신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4 weeks ago
10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