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중복 R&D 난립…연구비 빼먹는 '유령논문'도 판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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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양자, 인공지능(AI) 등 첨단 산업 경쟁력을 키우려면 유사·중복되는 연구개발(R&D) 사업을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에 파급력을 가져올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선 기초·응용연구와 개발연구(산업화)가 이어질 수 있는 체계적인 R&D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기초연구 예산을 역대 최대인 3조원으로 편성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조3413억원, 교육부 5958억원이다. 문제는 유사 중복 경향이 예년보다 더 심해졌다는 점이다. 젊은 연구자 지원만 해도 우수신진연구(연 2억5000만원 이하), 씨앗연구(연 1억원 내외), 세종과학펠로십(연 1억3000만원 내외), 개척연구(연 1억원 내외), 기본연구(연 8000만원 내외), 생애첫연구(연 3000만원 내외), 국가아젠다기초연구(연 2억원 내외) 등이 난립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대체로 연 10조원 예산을 집행하는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한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한국연구재단이 연구비를 지원한 논문 5개 중 1개는 ‘유령 학회’인 부실학회에 투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3대 학술지인 네이처가 지난해 8월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R&D를 하고 있지만 투자 대비 성과가 부족하다”고 지적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집단연구 분야에서도 유사 중복이 심해졌다. 교육부가 주도해 한 곳당 연간 100억원을 주는 대학부설 국가연구소(NRL) 사업이 단적인 예다. 이는 과기정통부가 지원하는 ‘선도연구센터’와 거의 똑같다. 선도연구센터는 대학 연구실 한 곳당 1년간 15억~50억원씩 7~10년간 지원받는다.

R&D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R&D는 분무기로 아무 데나 뿌려대는 선심성 사업이나 마찬가지”라며 “대학과 출연연구소가 각자 보따리를 움켜쥐고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달려가는 이런 구조에서 시장을 선도할 혁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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