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이라는 항암치료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임상시험이 필요합니다.”
지난 22일부터 26일까지 미국 보스턴에서 미국암연구학회(AACR) 등 주최로 열린 ‘분자 표적 및 암치료 학회’의 첫 본 세션에서 연사로 나선 앤드루 아기레 다나파버암연구소 교수는 이같이 말했다. 세계 항암 전문가 2000여 명이 모인 이번 학회에는 항암제 내성 등 첨단 신약이 직면한 한계를 넘기 위한 실험적인 연구 결과가 쏟아졌다. 최신 치료법의 초기 임상 결과도 대거 공개됐다.
◇차세대 ADC 개발 경쟁
23일 학회 핵심 주제를 다루는 ‘플래너리 세션’ 첫 순서를 차지한 것은 면역항암제도 항체약물접합체(ADC)도 아닌 KRAS 억제제였다. KRAS는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대표적인 발암 유전자다. 한때 ‘불가능의 타깃’으로 불렸는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21년 KRAS를 타깃 하는 소토라십(제품명 루마크라스)과 2022년 아다그라십(크라자티)을 승인하면서 KRAS 억제제 시대가 열렸다. 이들 의약품은 KRAS가 신호를 전달하는 경로를 차단하지만 세포가 대체 경로를 만들기 때문에 내성 발생이 잦았다. 이번 학회에서 레볼루션메디신이 개발 중인 KRAS 억제제 신약 다락손라십은 대체 경로를 차단하도록 설계돼 주목받았다. 데이비드 홍 미 MD앤더슨암센터 교수는 “미국에서만 50개 이상 차세대 KRAS 억제제가 임상 또는 임상 진입 대기 단계에 올라와 있다”며 “이제 얼마나 내성을 늦추고 면역 반응을 끌어올릴 수 있는가가 경쟁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4일 ADC를 주제로 한 세션에서 숀 오언 유타대 약대 교수는 “ADC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면서도 “단일 페이로드만으론 화학항암제처럼 내성 문제가 발생하는 등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ADC는 독성이 강한 화학항암제(페이로드)에 암세포 단백질(항원)을 추적하는 항체를 결합해 정확하게 암세포만 공격하는 ‘유도탄 항암제’다. 오언 교수는 “동물실험 결과 서로 다른 기전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페이로드 두 개를 결합하면 약효가 강화되고 내성도 최소화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화학항암제 대신 표적항암제를 페이로드로 활용한 ADC의 초기 임상 데이터도 처음 공개됐다. 중국 신약개발사 애들라이 노티는 CEACAM5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ADC에 KRAS 억제제를 페이로드로 장착한 전임상 결과를 발표해 안전성과 효능을 모두 입증했다. CEACAM5는 국내 리가켐바이오가 개발 중인 전임상 단계 ADC의 표적이기도 해 글로벌 경쟁 구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로운 형태 항암제 공개 잇달아
암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p53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한 다양한 접근법도 공개됐다. 나스닥 상장사 아프레아테라퓨틱스가 임상 1/2상을 진행 중인 레자타팝트는 돌연변이 때문에 뒤틀린 p53 단백질을 원상 복귀시켜주는 항암 후보물질이다. 이상 단백질을 ‘재활성’하는 기전 약물의 첫 임상 사례로, 희소 난소암 환자 103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객관적반응률(ORR) 34%를 달성했다.
국내 제약사 한미약품은 망가진 p53을 고쳐 쓰는 대신 정상 p53 단백질 설계도를 넣어주는 유전자치료제 기반 항암 신약을 24일 처음 공개했다. 설계정보가 담긴 메신저RNA(mRNA)를 지질나노입자에 담았다. 세포에 들어가 정상 p53 단백질을 만들면 암세포가 무한증식하지 못하고 사멸하는 것을 세포실험 등을 통해 확인했다.
한미약품의 첫 표적단백질저해제(PROTAC)도 이번 학회에서 공개됐다. 핵 속에 있는 EP300이라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약물로 세포 및 동물실험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임상에 들어간 경쟁 약물이 없어 퍼스트 인 클래스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 정승현 한미약품 표적항암팀 이사는 “내년에 전임상에 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PROTAC는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번 학회의 ‘숨은 주인공’으로 평가받았다. 선두 주자 미국 아비나스테라퓨틱스는 전임상에서 시장에 나온 KRAS 억제제 대비 우수한 효능을 확인한 KRAS PROTAC(ARV-806)의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
보스턴=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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