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뒤 지역구인 서울 도봉구의 부동산중개업소를 찾았다. 30년, 40년을 낡은 아파트에서 버티며 재건축을 기다린 주민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중개업소 사장님들의 말씀은 예상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었다. “벌써 월세를 20만~30만원씩 올린 오피스텔 매물이 나오고 있어요.” 대책이 나온 지 며칠 만에 벌어진 일이다. 임대인들이 전·월세 가격이 폭등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인상해서다. 30만원, 누군가에겐 한 달 식비이자 아이 학원비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겐 간신히 모으는 저축액이다.
내가 사는 도봉구에는 청년과 신혼부부가 많다. 내 집 한 채 마련해 안정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라는 이름의 정책을 내놓은 지 며칠 만에 20대 대학생, 신혼부부,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모들은 갑자기 늘어난 주거비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더 기가 막힌 대목은 도노강(도봉·노원·강북구) 지역이 강남 3구와 똑같은 규제를 받게 됐다는 점이다. 도봉구는 투기과열지구도 아니고 오히려 부동산 가격이 약보합세를 보이던 곳이다. 갑자기 서울 전역에 토지거래허가제를 확대하고, 실수요자 대출까지 옥죄는 이 강압적 조치는 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부동산만큼은 자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말이다. 하지만 이 시기에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수많은 서민이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해야 했다. 역사에서도 증명되듯 지금까지 부동산시장과 싸워 이긴 지도자는 없다.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을 줄이지 않았다는 정부의 말은 현실의 숫자 앞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정부는 정책대출 총량을 기존보다 25% 축소했다. 주택 구입용 정책대출 한도는 신생아특례 기준 5억원에서 4억원으로, 전세자금대출 한도는 3억원에서 2억4000만원으로 낮췄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2030세대에게 돌아갔다. 정책대출은 청년·신혼부부·다자녀 가정 등 극히 일부에게만 적용된다. 그나마도 까다로운 소득·혼인·자녀 기준을 모두 충족해야 받을 수 있다. 2030세대 대다수는 여전히 일반 주택담보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까지 조이자 이들은 가장 먼저 시장 밖으로 밀려났다. 투기를 막겠다며 그물을 던졌지만 막상 걸린 사람은 투기꾼이 아니라 내 집 마련을 꿈꾸던 청년과 신혼부부였다. 또한 정부는 공급 확대보다 임대 중심 정책에 방점을 찍으며 청년들의 내 집 마련 희망을 꺾었다.
생애 최초·신혼부부·청년 대출이 동시에 줄면서 국민이 스스로 집을 마련할 제도적 사다리는 사라졌다. 집값을 잡겠다는 명분 아래 국민의 삶과 미래를 지탱할 마지막 사다리마저 걷어찬 것이다. 지금이라도 국민과 실수요자를 위한 주거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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