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와이너 볼트테크 아태 대표 "AI로 '클릭 한 번'에 보호 완성하는 시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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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09 13:16 수정2025.11.09 13:16

필립 와이너 볼트테크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볼트테크 제공

필립 와이너 볼트테크 아시아·태평양 대표가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볼트테크 제공

스마트폰을 살 때, 전기차를 탈 때, 여행을 예약할 때마다 ‘클릭 한 번’으로 보험을 추가할 수 있다면 어떨까.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최대 인슈어테크(InsurTech) 그룹 볼트테크는 이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전 세계 약 39개국에서 플랫폼을 운영 중인 볼트테크는 연간 700억달러(한화 약 100조원) 규모의 보험 거래를 처리하는 테크 기업이다.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소비자에게 적시에 보험 서비스를 제공해 ‘보호 격차(Protection Gap)’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필립 와이너 볼트테크 아시아·태평양(APAC) 대표는 4일 서울 역삼동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보험은 단순 상품이 아니라 디지털 생태계의 인프라가 돼야 한다”며 “고객이 서비스를 사거나 이용할 때, 자연스럽게 ‘보호’가 따라붙는 구조가 미래의 보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트테크는 보험과 기술이 결합된 ‘인슈어테크(InsurTech)’ 산업의 대표 주자다. 단순 보험 판매사가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이 보험 기능을 서비스에 쉽게 내재화할 수 있도록 돕는 ‘테크 인에이블러(Tech Enabler)’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와이너 대표는 “기존 보험사와 경쟁하기보다는 그들의 상품이 새로운 형태로 고객에게 다가가도록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보험 생태계에선 소비자가 직접 여러 창구를 거쳐 보험에 가입해야 했지만, 볼트테크는 보험을 제품·서비스 안에 직접 심는 ‘임베디드(Embedded) 보험’ 모델로 이 구조를 혁신하고 있다. 통신, 가전, 리테일, 자동차, 금융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파트너와 협력해 사용자가 별도의 계정을 만들거나 복잡한 절차 없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와이너 대표는 “보험은 고객이 ‘찾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볼트테크는 화이트라벨(white-label) 방식으로 운영된다. 소비자가 ‘볼트테크’ 로고를 보지 않아도 통신사나 전자상거래 앱 결제 화면에서 체크 한 번으로 보장을 추가할 수 있다. 와이너 대표는 “고객이 보험을 따로 찾아 가입하지 않아도, 파트너사의 서비스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호(Protection) 기능이 탑재되도록 만드는 것이 볼트테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보험 가치사슬 전반을 첨단 기술로 재구성하고 있다. 예측형·생성형 AI(GenAI)와 로우코드·노코드 시스템을 결합한 220여 개 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비즈니스 파트너에게 제공한다. 파트너사의 요구에 따라 ‘요율 산정 보조’, ‘최적 상품 추천’, ‘클레임 자동화’ 모듈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며, 사내 ‘GenAI 팩토리’를 통해 수백 개의 AI 유스케이스를 빠르게 개발·배포하고 있다.

이 기술은 단순한 보험 자동화를 넘어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반의 사이버 보안·온라인 안전·ID 보호 솔루션으로 확장되고 있다. 해킹, 보이스피싱, 데이터 유출 등 디지털 리스크를 사전에 탐지하고, 이메일 교체나 접근 차단 같은 즉각 대응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보험+보안’이 결합된 예방 중심의 보호체계를 구현하고 있다.

특히 볼트테크의 AI 기술은 보험의 초점을 사고 이후에서 사고 이전으로 옮기고 있다. 와이너 대표는 “사이버 분야에서는 카드 도난 시 사용을 사전에 탐지하고, 홈(Home) 분야에서는 누수 센서로 100달러 수리로 1000달러 손해를 막는다”며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이상을 미리 감지해 정비 시점을 알려주는 예측 정비 서비스로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볼트테크는 보안 리스크 등 잠재적 위협에도 대비하고 있다. 약 90개 관할지역에서 보험 라이선스를 보유하며, 데이터 최소 수집 원칙을 준수한다. 와이너 대표는 “한국 고객 데이터는 한국 내에서만 저장·처리되고 본사(싱가포르)로 이전되지 않는다”며 “AI 전 과정에서 바이어스 점검·휴먼 인더루프(사람 검토)·설명가능성 원칙을 적용해 ‘책임감 있는 AI’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좌측부터)필립 와이너 볼트테크 아시아·태평양 대표와 고광범 볼트테크 한국 대표 사진

(좌측부터)필립 와이너 볼트테크 아시아·태평양 대표와 고광범 볼트테크 한국 대표 사진

한국은 볼트테크의 아시아 전략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한다. 와이너 대표는 “한국을 허브로 삼은 이유는 세 가지”라며 “개방적이고 빠른 경제 성장, 세계적 수준의 기술 인재, 그리고 LG유플러스·삼성전자·롯데 등과의 혁신적 파트너십 문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팀이 다른 시장 프로젝트까지 지원하며, 글로벌 운영 효율을 높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3년간 회사는 해외에서 검증된 솔루션을 한국 시장에 도입해 리테일·이커머스·금융 등 파트너 네트워크를 넓힐 계획이다. LG유플러스와 함께 세계 최초의 형태로 보호(Protection) 상품을 출시했으며, 이러한 경험을 다른 아시아 시장으로 확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와이너 대표는 “한국은 정보보호와 사이버 리스크 대응 수요가 높은 시장”이라며 “워터 데미지, 사이버 시큐리티 등 해외에서 검증된 예방형 서비스를 단계적으로 도입해 아시아 주요국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험 산업의 미래는 결국 연결에 있다”며 “보험이 금융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모든 산업의 신뢰 인프라로 작동할 때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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