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성공적인 걸프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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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성공적인 걸프만 전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서관은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이후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할지도 모른다. 고대 도서관과 달리 트럼프 도서관은 카타르 국왕이 제공한 4억달러짜리 보잉 제트기를 자랑할 수 있다. 일각에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오랫동안 지지해 온 정부로부터 선물을 받는 게 현명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소신으로 우려를 불식하고 있다.

글로벌 의제 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글로벌 의제를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중국과의 관세 합의로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국가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있다. 파키스탄은 인도와의 휴전을 두고 트럼프 정부의 공로를 인정했다. 이란 외무장관은 미국과의 대화를 테헤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매우 유용한 논의”라며 환영했고,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마지막 미국인 인질을 석방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여유가 없다. 이런 거래가 실패할 수 있고, 미국의 이익을 증진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발표한 모스크바 공동 성명은 이들을 갈라놓으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중동 순방에서 걸프 지역에 좋은 영향을 미쳤고, 이 같은 기세를 이어가길 희망하고 있다. 그는 국제 기후 운동과 화석연료 반대 의제를 동결시켰다. 미 행정부는 미국과의 긴밀한 경제·기술 관계를 대가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라는 압박을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관계와 아랍 우방과의 관계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미국은 1945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만난 이래로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잘 관리해왔다. 지금은 과거보다 더 어렵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지역 대리인을 패배시키면서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 간 협력의 근거가 약화됐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으로 걸프 지역 여론은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와 유대인 국가에 등을 돌렸다.

걸프 군주국과 미국 외교관은 균형 잡기에 노련하지만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과 아랍 국가가 팔레스타인 국가를 공인하도록 할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의제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아니다. 미국과 걸프 국가 간의 경제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이다. 걸프 지역 국가는 강대국 사이에서 독립적이고, 균형을 유지하길 원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통치자는 미국을 자국의 현대화를 위한 대체 불가능한 기술 및 투자 원천으로 본다.

아랍과의 경제 관계가 우선

미국은 걸프 지역 시장과 투자 포트폴리오를 중국이 아니라 미국의 기술 생태계로 통합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는 반도체 칩부터 외국인 투자, 무기 판매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수출 규제에 대한 걸프 지역의 우려를 해결해 왔다.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카타르 왕실의 제트기를 받지 않았겠지만 그의 후임자들은 걸프 아랍 국가와의 긴밀한 관계를 미국 외교 정책의 핵심 목표로 삼았다. 적어도 이 점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들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는 셈이다.

원제 ‘Trump’s High-Flying Persian Gulf Strate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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