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쓰레기 대란 코 앞, 2018년 폐비닐 사태 반복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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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쓰레기 대란 코 앞, 2018년 폐비닐 사태 반복되나

“폐기물이 쌓이는데 민간 소각업체들이 갈등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모두를 죽이는 자해 행위입니다.”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와 한국시멘트협회가 최근 제주에서 개최한 ‘자원순환관리 국제학술대회’에서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이같이 토로했다. 민간 소각업계가 “자신들의 생존 근간인 가연성 폐기물을 시멘트업계가 빼앗아 간다”며 여론전을 펼치고 있어서다. 이들은 시멘트업계를 향해 쓰레기를 태워 이른바 ‘쓰레기 시멘트’를 만든다고 주장한다.

시멘트업계의 주장은 다르다. 각 공장 소성로에선 최신 저감기술을 적용해 가연성 플라스틱과 폐고무를 태우더라도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해 소각장보다 더 적은 오염물질만 배출한다는 것이다. 소각업계의 주장은 국민 불안감과 사회적 불신만 키울 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게 시멘트업계의 항변이다.

자원순환업계에선 폐기물 처리와 관련한 시멘트업계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공공과 민간 소각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시 내에서 운영 중인 4개 소각장(마포·양천·노원·강남)은 20년이 넘으며 노후돼 처리 용량이 포화했다. 민간 소각장 역시 연간 300만t의 소각 용량 중 이미 290만t을 담당하고 있다. 시멘트업계가 사용하는 폐기물을 가져오더라도 현실적으로 처리하기 벅찬 상태다.

국내 시멘트업계는 연간 252만t(2023년 기준)의 가연성 폐기물을 소성로 연료로 사용하며 상당한 소각 물량을 처리해주고 있다. 2020년 대비 최근 3년 새 90만t가량 처리량을 늘렸다. 민간 소각장 연간 처리량(290만t)과 맞먹는 규모다.

2021년 개정된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당장 내년부터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은 가연성 폐기물을 포함한 생활폐기물을 직매립할 수 없다. 종량제 쓰레기는 선별해 재활용하거나 쓰레기를 태우고 남은 소각재만 매립해야 한다. 이 때문에 당장 내년부터 연간 320만t의 가연성 폐기물이 추가로 수도권 폐기물 처리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환경부가 올해 상반기 시행 규칙을 개정해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시행 여부는 불확실하다.

지금은 이전투구 대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생활쓰레기 속 폐비닐을 선별해 열분해업체, 시멘트업체, 소각업체 등에 공급하는 ‘생활쓰레기 전처리 의무화’ 등 폐기물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방법부터 함께 찾는 게 급선무다. 2018년 중국의 재활용 쓰레기 수입 금지로 발생한 ‘폐비닐 대란’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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