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애국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반가운 기사를 봤다. 결혼할 생각이 있다는 미혼자 비율이 오르고 출산율이 반등해서 앞으로 오르거나 유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인구절벽의 우려 속에서 아기 낳은 산모를 언제부터인가 애국자라 부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미혼을 포함한 19∼49세 성인과 그 배우자 1만4372명을 상대로 조사한 ‘2024년 가족과 출산’ 결과에 따르면 비혼자 중 결혼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62.2%로, 직전인 2021년 조사 당시 50.8%보다 11.4%포인트 올랐다.
특히 미혼의 출산 의향이 기혼자보다 높게 나왔다. 19∼49세 남녀를 배우자 여부 기준으로 나눠 물은 결과, 배우자가 있는 이들은 18.0%만 출산 계획이 있다고 답했고, 이들이 계획한 자녀 수의 평균은 1.25명이었다. 반면 배우자가 없는 이들은 출산 계획이 있다는 응답률이 63.2%에 달했다. 계획한 자녀 수는 1.54명으로 배우자가 있는 이들보다 많았다. 이런 결과로 볼 때 향후 태어날 아이는 지금보다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참고로 2024년 한국의 출산율은 0.75명으로, 1.5~1.8명 정도인 미국·유럽 국가보다 현저히 낮아 세계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변화무쌍한 사회에서 결혼의 대안으로 다양한 관계의 삶이 가족의 의미를 대신하고, 가정이라는 집합체의 고리가 개인의 삶에 큰 의미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비혼의 독신자가 늘고,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키우는 부부도 많다.
몇 년 전부터 TV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방영하는 수많은 연애 프로그램이 인기를 더해가며 연애는 물론 결혼 장려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남녀 미혼자는 물론 돌싱 출연자들의 간절하고 적나라한 짝짓기 본능과 심리를 흥미롭게 보면서, 역시나 연애 세포를 가진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은 연애하고 결혼해서 자손을 퍼트리는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5월은 가정의달이다. 알다시피 5일은 어린이날, 8일은 어버이날, 19일은 성년의날, 21일은 부부의날이다. 인생의 달이다. 남녀가 결혼해 부부가 되고 어린애를 낳아 기르며 어버이가 되는 과정이 인간이 태어나 인생을 한 바퀴 도는 생애 주기다. 그중에 부부야말로 모든 관계의 핵심이 된다. 한 가정을 이루는 주체로서 자식보다 어버이보다 평생 더 오랜 시간을 보낼 인생 동거인이자 반려인이 부부다.
관습적으로 결혼은 성인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였으나 요즘은 결혼이 자신의 인생에서 진정한 행복을 위한 선택의 문제가 됐다. 그래도 결혼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며 부부로 탄생하는 사람이 아직은 많다. ‘부부’의 순수한 우리말은 ‘가시버시’. 이 가시버시의 연을 생각하면 기적 같고, 부부의 세계는 또 우주처럼 오묘하다. 사랑과 믿음으로 약속한 관계이며 평생 서로 마주 보며 거울이 돼 자신을 성찰하며 함께 손잡고 걸어가며 성장한다. 명언 중에는 에리히 프롬의 말이 가장 내 가슴에 와 닿는다. 진정한 사랑은 부부가 서로를 완성하는 것이다. 사랑은 결코 지배가 아니라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다.
부부의날이 5월 21일인 이유는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로 1995년부터 이날 행사를 개최하며 유래했다. 둘이 하나. 생일이나 기념일보다 외우기 쉬운 날짜다. 불교에서 부부의 연은 수천 겁의 인연으로 온 것이라고 한다. 이날, 내 옆에 오기 위해 영겁의 세월로부터 온 선물인 내 반쪽을 위해 어떤 선물을 할까, 잠시 설레는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