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계엄군 국회 도착 직전 尹과 통화한 추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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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 3분 국회→11시 9분 당사 3층→11시 33분 국회 예결위 회의장→0시 3분 당사 3층.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은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하고는 네 차례나 장소를 번복해 공지했다. 의원들이 우왕좌왕하면서 오전 1시경 이뤄진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에 참석한 국민의힘 의원은 단 18명뿐이었다. 그날 밤 추 의원의 행적은 선뜻 납득되지 않는다. 추 의원은 오후 11시 33분 국회로 향해 오전 2시가 넘도록 국회 원내대표실에 머물렀다. 의총 소집을 공지했으나 의총을 열지 않았고, 국회에 있으면서 표결에 참석하지 않았다.

▷고의로 표결을 방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추 의원은 시간대별 상황을 공개하며 이를 반박했다. 국회가 통제돼 당사로 변경했고, 도로 출입이 가능하다고 해서 국회로 모이자고 했다가 다시 출입이 막혀 당사로 안내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과 추 의원이 의총 소집 장소를 다시 바꾸기 11분 전, 국회에 계엄군 헬기가 도착하기 26분 전인 오후 11시 22분경 1분가량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추 의원은 “대통령이 (계엄을) 미리 알리지 못해 미안하다는 취지로 이야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긴박한 순간에 단지 사과만 했을지 의문이다. 군경의 증언을 종합하면 그 시간대에 윤 전 대통령은 정치인 체포 명단을 불러주고 헬기 출동을 독촉하며 국회 봉쇄를 지시하고 있었다. 추 의원과의 통화 직후인 11시 26분경 윤 전 대통령은 나경원 의원과도 40초가량 통화했다. 나 의원 역시 “미리 상의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내용의 짧은 통화였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계엄 사흘 뒤인 6일 오후 4시 37분부터 연달아 다섯 차례 극우 유튜버인 고성국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작 고 씨는 집회 참석 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 여러 차례 반복해서 대통령이 전화를 건 것을 보면 상당히 가까운 관계였음을 짐작하게 한다. ‘명태균 게이트’가 터진 뒤 윤 전 대통령은 휴대전화를 바꿨다. 여동생과 첫 통화를 했고 그다음 고 씨에게 문자를 보냈다.

▷계엄 선포 다음 날인 12월 4일에는 이른바 삼청동 안가 모임에 참석했던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과 통화했다. 그간 참석자들은 계엄 이후 대응을 논의하는 자리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어 왔다. 하지만 삼청동 안가 모임이 열리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참석자들과 일일이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은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 같은 걸 쫓아가는 느낌”이라고 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그날의 실체가 하나씩 하나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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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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