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자율주행 불모지 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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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16 17:45 수정2025.05.16 17:45 지면A23

요즘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선 우버·리프트 운전기사가 사양 직종으로 분류된다.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가 운영하는 자율주행 무인택시가 일자리를 빼앗은 주범이다. 지난해 말 기준 웨이모의 시장 점유율은 22%로, 2위 업체인 리프트(22%)를 따라잡았다. 2023년 이 도시에서 상업 서비스를 시작한 뒤 1년여 만의 성과다. 지난해 웨이모의 무인택시 배차 건수는 400만 회에 달한다.

[천자칼럼] 자율주행 불모지 된 한국

자율주행차 기술은 사람이 운전에 얼마나 개입하는지에 따라 0에서 5까지 6단계로 나뉜다. 운전자가 운전석을 비울 수 있는 것은 ‘레벨4’(고도 자동화)부터다. 웨이모의 무인택시가 여기에 해당한다. 최고 단계인 ‘레벨5’(완전 자동화)가 되면 자동차에서 운전대와 가속페달, 브레이크가 완전히 사라진다.

한국엔 상용화한 레벨4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다. 차량과 교통망을 연결하는 기술 표준을 놓고 국토교통부(와이파이)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LTE)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이 지연됐다. 기술 개발을 위한 시험 운행도 녹록지 않다. 운전자가 의무적으로 탑승해야 하는 ‘레벨3’(부분 자동화) 차량을 경기도 판교 등 일부 제한된 구역에서만 테스트해야 한다. 운전자 없는 레벨4 차량을 테스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 올해 3월이니, 미국 웨이모나 중국 바이두 같은 빅테크와 기술 경쟁이 될 리 만무하다. 국내 1위 자율주행 업체 오토노머스에이투지의 누적 운행 거리는 50만㎞로 중국 바이두(1억1000만㎞)의 200분의 1 이하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무인택시 사업을 벌이고 있는 포니AI가 국내 기업과 손잡고 한국에 합작법인을 세운다는 소식이다. 이미 정부로부터 국내에서 자사 차량을 시험할 수 있는 임시 허가도 받았다. 자율주행 규제가 풀리면 발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에서 가맹택시 사업을 하는 우버도 내년 합승이 가능한 자율주행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발표했다. 조만간 우리 도로가 외국 기업의 무인택시로 뒤덮일 판이다. 규제 후폭풍이 이렇게 무섭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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