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합작법인(HMMME) 공장 착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공장 조성 작업에 들어갔다. HMMME는 현대차가 30%,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70%의 지분을 가진 생산법인이다. 현대차 사우디 공장은 부품을 외부에서 가져와 조립·생산하는 반제품조립(CKD) 공장으로 지어지며, 우선 연산 5만 대를 목표로 내년 4분기부터 가동할 예정이다.
현대차 사우디 공장은 기아를 포함해 현대차그룹이 중동에서 처음으로 마련하는 생산 거점이다. 현대차그룹은 아시아에선 중국·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유럽에선 체코·슬로바키아·튀르키예에 생산 거점을 두고 있다. 중동은 연간 자동차 판매 규모가 250만 대로 작지 않은 데다 인구가 계속 늘고 있어 전망이 밝은 시장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은 지난해 기준 16%와 8%로 도요타(26%)에 이어 2위다. 이번 현지 공장 설립을 기점으로 향후 1위에 올라갈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사우디 공장을 홍해 인근에 세워 아프리카 시장에 본격 진입하는 교두보도 만들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0년간 글로벌 시장에서 고속 성장을 이어 왔지만 지금은 분기점에 서 있다. 지난해 723만 대를 판매해 글로벌 3위를 지켰지만 1위 도요타의 1080만 대, 2위 폭스바겐그룹의 900만 대와 격차가 제법 있다. 이런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자동차 업체 보호를 위해 수입차에 25%에 이르는 관세 폭탄을 투하했다.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업체들에 잠식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도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으로선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이어가고 미국 외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높여야 하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한다. 미국 현지 공장과 마찬가지로 사우디 현지 공장 역시 과제를 해결하는 정공법이다. 현대차그룹이 투자를 통한 점유율 확대라는 선순환을 이어가 머지않은 시점에 글로벌 1위에 오르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