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 AI 기술 고도화를 위한 주파수 자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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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남 센서뷰 대표이사(한국전자파학회 부회장)김병남 센서뷰 대표이사(한국전자파학회 부회장)

20세기 인터넷과 디지털 혁명, 모바일 기기의 진화, 콘텐츠 홍수의 시대를 지나 또 다른 혁신적 변화를 꼽자면 인공지능(AI)을 통한 문화·산업·과학의 고도화를 들 수 있다.

AI라는 용어는 1955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앨런 뉴얼(Allen Newell)이 수학적 정리를 자동으로 증명하기 위한 개념으로 처음 소개했다. 첫 번째 생성형 AI 엔진은 2018년 오픈AI의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로 정의된다. 이후 수많은 글로벌 개발팀이 다양한 AI 솔루션을 제안해왔고, 이를 활용하는 기업과 개인은 상상 이상의 효율성과 경험, 지식을 얻게 됐다.

최근 발전하는 AI 기술은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전송하는 유선망 기반의 플랫폼 기술로 강력한 데이터 센터와 연동돼 운영된다. 현재로서는 단답형 텍스트 질의 중심의 상대적으로 데이터량이 크지 않은 요청에 반복 학습과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매우 우수한 답변을 제공한다.

이러한 사용 환경에서는 처리량 대비 안정적인 인터넷 연결이 보장되기 때문에 연산 및 처리 속도의 부족으로 인한 부정확한 응답이나 통신 지연에 따른 불편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통신 환경이 불안정하거나 제한적인 이동체 내부에서의 실시간 대용량 데이터 처리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좀 더 구체적인 사례로 융합된 다중 센서 간 초고속·저지연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엣지 AI(Edge AI)를 살펴보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많은 국지전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러한 치열한 전장에서 중요성이 재부각되고 있는 전차(탱크)가 대표적 예다.

전차는 기본적으로 포와 기관총을 탑재한 궤도 기반의 이동체지만 외형과 달리 다양한 비전 융합 센서를 장착하고 있다. HD급 RGB 카메라(~2Gbps), 적외선 카메라(~1Gbps), LiDAR(64채널, ~1.5Gbps), 레이더(~수백Mbps)의 처리 속도를 요구하며, 최근 논의되는 차세대 플랫폼은 최대 10Gbps 수준의 초저지연 데이터 전송·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방대한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분류·처리하는 AI 기반 플랫폼은 수십미터에 이르는 다양한 저손실 유선 케이블을 통해 전차 내부에서 센서 간 초고화질 데이터를 엣지 AI로 실시간 처리하게 된다. 그러나 유선 통신의 한계를 넘어 수십 Gbps의 전송이 가능한 밀리미터파 근거리 통신 기술을 적용한다면, 센서와 엣지·클라우드 간 고속 데이터 교환은 물론 이동 중인 군집 전차 간 실시간 초고속 통신도 가능해져 AI 처리의 효율성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국내에서는 밀리미터파 대역의 상용화 기회가 있었으나 2023년까지 계획했던 기지국 건설에 이르지 못해 결국 무산됐다. 해외에서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도시 밀집 지역, 핫스팟, 고정 무선 접속 영역에서 제한적으로 상용 서비스가 운영 중이며 중국과 유럽 등은 아직 시험·파일럿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 세계적으로는 기존 sub-6GHz 주파수를 보완하는 고성능 용도로 운영될 전망이다. 물리적으로 전파 손실이 커 장거리 전송이 어렵다는 점과 서비스 측면에서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최소 10배 이상의 기지국을 구축해야 하는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기지국 중심의 대규모 운영은 효율성이 낮을 수 있다.

그러나 밀리미터파 대역은 스타링크 같은 원거리 위성 서비스(K/Ka-band, 1840GHz)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만큼, AI 기술의 진화와 더불어 다양한 응용에서 고도화가 필요하며, 초고속·초저지연 밀리미터파 기술과의 협업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난해 2월에는 AI와 무선 네트워크의 유기적 결합을 목표로 에릭슨, 노키아, 삼성전자, 엔비디아 등 주요 기업들이 중심이 돼 AI-RAN 얼라이언스가 출범했으며, 현재 전세계 100여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 연합체는 차세대 RAN의 지능화뿐 아니라, 밀리미터파 및 6G 후보 주파수 대역에서의 AI 활용 가능성도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

따라서 단순한 시장 논리를 넘어서 국가적 차원의 밀리미터파 기술 육성은 이동통신 세대교체뿐 아니라 AI를 포함한 근거리 초고속 데이터 통신 응용 사업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주파수 자원의 활용도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더 면밀히 검토하고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김병남 센서뷰 대표이사·한국전자파학회 부회장 klaus.kim@sensor-vi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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