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렇게 큰 법을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는 게 이해가 안 갑니다.”
최근 만난 한 경제계 인사는 2023년 2월 국회에서 겪은 일을 꺼내 들었다.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8년 전 발의된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 2.3조)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느닷없이 강행 처리했던 때다. 워낙 논란이 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문재인 정부 때도 처리하지 않은 법을, 당시 민주당은 ‘민생법안’이라며 밀어붙였다.
민생법안이란 민주당의 설명에 경제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22대 총선을 불과 1년여 앞둔 만큼 지지층 결집과 범야권 협조를 위한 정치적 결정으로 볼 여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노란봉투법은 양대 노총을 확실한 지원군으로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6석을 가진 정의당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필승 카드’였다는 얘기다. 그렇게 노란봉투법 최종안에는 정의당 요구가 들어갔다.
민주당은 2023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뒤에도 이듬해 6월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같은 법을 또다시 올렸다. 거부권 행사을 행사하건 말건 민주당 입장에선 잃을 게 없었다. 법안을 밀어붙일수록 노동계와 야권은 결집했고, 상대편에는 ‘근로자 권리를 막는다’는 프레임이 씌워졌기 때문이다. 이 인사는 “대한민국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노란봉투법은 어느 순간부터 정치 법이 됐다”며 “양대 노총을 위한 법이 되다보니 기업의 하소연이 들어갈 틈바구니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경제계에 미칠 악영향은 뒤로한 채 정치적 실익만 따지다보니 노란봉투법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법으로 재탄생했다. 쟁의 대상에 사업장 이전 같은 경영상 판단을 포함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사용자 범위를 ‘협력업체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로 확대한 2조 2호도 마찬가지다. 대다수 선진국은 사용자 범위를 따로 정하지 않는다.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도 해외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노동권이 강한 독일과 프랑스조차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선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한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본회의를 열어 노란봉투법을 처리하겠다고 예고했다. 다음 날인 25일에는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고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재계 총수 15명이 한·미 정상회담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하는 그 순간 경제계가 가장 우려하는 2개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선다. 기업에 대미 투자 등 숙제만 내줄 게 아니라 “노란봉투법 시행을 단 1년만이라도 유예해달라”는 절박한 호소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