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일본을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는 이재명 대통령이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에 관한 기존 합의를 계승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한국 국민으로서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전 정부의 합의였지만, 국가 간의 약속인 만큼 합의를 뒤집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정책의 일관성과 대외 신뢰를 고려해야 한다”고도 했다. 같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취임 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박근혜 정부가 체결한) 위안부 합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 여파로 한·일관계가 수교 이후 최악의 상태로 치달았다는 걸 생각하면 이 대통령의 이번 합의 승계 발언은 다행스럽다.
성남시장 땐 위안부 합의를 “원천 무효”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굴욕외교”라고 맹비난한 이 대통령이다. 민주당 대표 시절엔 한·미·일 군사 훈련을 두고 ‘자위대 군홧발’까지 거론하며 거칠게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후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일본에 대해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셔틀 외교 복원도 먼저 제안했다. 얼마 전 광복 80주년 경축식에서는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대일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25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한·일 정상회담이 먼저 열리는 건 한국과 일본이 손을 잡아야 ‘각자도생’의 도널드 트럼프 시대를 헤쳐 나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미·중 패권 다툼과 북한·러시아가 밀착하는 지정학적 위기로 한·일 양국이 경제·안보 협력을 고도화할 필요성은 더 커졌다. 선동적 ‘반일(反日)’로는 아무 변화도 이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국익만 손상된다는 걸 우리는 불과 몇 년 전 목격했다. 이를 타산지석 삼아 한·일 간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