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에 지난달 문을 연 테마파크 ‘정글리아’는 개장을 앞두고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 중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한국인을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오키나와는 연간 1000만 명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세계적 휴양지다. 하와이와 방문객 수가 비슷할 정도다. 그런데도 관광객을 더 받기 위해 테마파크를 짓고 한국까지 날아와 홍보했다.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3687만 명에 달했다.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과 일본의 외국인 관광객 숫자는 엇비슷했지만 지금은 두 배 격차로 벌어졌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은 1636만 명 수준이었다.
한·일 관광객 두 배 격차
이런 차이가 발생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엔저 영향에 일본 여행의 ‘가성비’가 좋아졌다. 온천과 음식 등 다양한 콘텐츠가 있다. 깨끗하고 안전한 나라란 이미지도 컸다. 결정적으로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관광 정책이 있었다. 관광 무비자 국가를 대폭 확대하고 지방에 대대적으로 거점 국제공항을 늘렸으며 디즈니랜드 등 글로벌 테마파크를 유치했다. 정글리아 같은 지역 테마파크 개장식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까지 참석해 힘을 실어줬을 정도로 국가 차원에서 총력을 기울였다.
한국도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해 의지도, 열정도 떨어졌다. K팝의 세계적 인기에도 제대로 된 공연장이 턱없이 부족해 블랙핑크 등 일부 아이돌 그룹은 일본 등 해외로 나가 공연해야 했다. 외국인 관광객은 K팝을 보러 한국이 아니라 일본과 싱가포르 등 해외로 가야 한다.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에선 한국 여행 시 비자 발급이 너무 까다롭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콧대 높은 한국’을 비꼰 동영상이 확산하며 ‘혐한’ 정서까지 불거졌다. 해외여행 시 보편적으로 쓰이는 구글 맵은 한국에서 먹통이다. 보안 문제로 정밀 지도를 해외 서버로 반출할 수 없게 했기 때문인데,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외국인 관광객의 70% 이상이 어쩔 수 없이 저해상도 구글 맵을 이용한다는 조사도 있다.
케데헌 열풍 동력 삼아야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지금까진 반도체, 자동차, 조선, 가전 등을 주로 수출했다. 한국 경제정책이 제조업에 초점을 맞춘 이유다. 하지만 미국이 촉발한 관세전쟁으로 물건을 수출해 돈을 버는 일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관광업은 다르다. 사람들의 소비 패턴이 ‘물건 구매’ 중심에서 ‘경험 구매’로 옮겨 가면서 관광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오버 투어리즘’이 문제가 될 정도로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일본에선 관광업이 자동차에 다음가는 산업으로 올라섰다.
한국도 늦지 않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등 한류 콘텐츠가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이때를 놓치지 말고, 관광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하고 대대적으로 힘을 보태줘야 한다. 마침 관광정책을 총괄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수장으로 여행 플랫폼 대표를 지낸 최휘영 장관이 발탁됐다. K팝과 한류가 불러온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대대적인 관광업 활성화 대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