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트럼프 관세 폭탄이 몰고 온 혼돈과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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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칼럼] 트럼프 관세 폭탄이 몰고 온 혼돈과 기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고한 대로 지난 4월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 보편관세와 나라별로 차등을 두는 상호관세 부과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국의 반발이 이어지자 미국 정부는 시행을 90일 유예하며 국가별 개별 협상을 통해 최종 확정하겠다고 했다.

미국의 이번 관세정책은 두 가지 취지에서 비롯됐다. 첫째, 지금까지 관세 체계가 불공정했으며 그로 인해 미국이 상당한 피해를 봤다는 인식이다. 둘째, 이런 불공정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이므로 타국은 보복성 대응을 자제해야 하며, 만약 보복할 경우 미국도 추가 보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중국 정부는 즉각 대미 보복관세 부과와 희토류 수출 통제를 발표했다. 이후 양국은 추가 보복 조치를 주고받았고 이에 따라 중국산 수입품에 최고 145%, 미국산 수입품에 125% 보복 관세가 적용됐다. 그러나 5월 양국 재무장관 간 합의를 거쳐 향후 90일 동안 한시적으로 관세율을 인하해 각각 30%, 10%로 조정했다. 결국 우리나라는 일본과 함께 25% 관세를 부과받기로 최종 결정됐다. 이와 별도로 한국은 상당한 규모의 대미 직접 투자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겉으로는 ‘합의’ 형식이지만 실상은 미국의 일방적 요구에 가까운 조치다. 한편 철강에는 50% 고율 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조만간 반도체와 의약품에도 별도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라고 한다.

반도체는 미국에서 생산하면 무관세지만 수출 시에는 100% 이상 관세를 감수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 중국과의 관세 협상과 관련해 두 번째 90일간 유예 기간을 두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미·중 관세 협상과 비교하면 중국의 협상 대응력은 한층 강화된 모습이다.

이런 관세정책은 적어도 미국에서는 단기적으로 자국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부 견고한 대중적 지지를 받지만 이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아세안과 한국 그리고 일본에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협력 파트너로서 신뢰가 손상됐고, 향후 한·중·일 경제협력 확대를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연합(EU)과 캐나다, 멕시코 등도 불만이 많다. 미국 관세정책으로 전통적 우방 개념이 흔들리고 자국 이익을 위해 사안별로 합종연횡이 이뤄지는 등 세계가 혼돈에 빠져 있다. 이 때문에 6월 초 세계은행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1월 전망치에서 0.4%포인트 낮춘 2.3%로 발표했다.

이 같은 상황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세계는 자국 또는 우방국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정책 경쟁에 돌입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통신 인프라, 철강, 조선, 2차전지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우리 대기업은 현지 생산을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시장이 분화한 환경에서 중국 기업이 배제된 우호적 기회를 맞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주어진 기회를 단순히 향유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산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이와 별도로 중국의 일부 선진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흡수할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반면 국내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발생하면 산업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필자는 전략 경쟁이 심화할수록 대기업은 해외 직접 투자를 확대해 생존하겠지만, 그 과정에서 국내 산업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결국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떠한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도 한국 제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산업과 제품을 육성·개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견고한 국내외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며 그것은 곧 전략적 자율성으로 이어진다.

곧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지금은 불평에 머물기보다 어려운 상황을 어떻게 기회로 바꿀 수 있을지에 집중해야 할 때다.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와 실천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우리 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도록 정부와 기업이 함께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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