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 보좌진이 동요하고 있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갑질 의혹’ 때문이다.
한 의원실 보좌관은 청문회 직전까지만 해도 “강 후보자에게 해명 기회를 줘야 한다”며 후보자를 감쌌다. 하지만 청문회에서 더 크게 분노했다. 강 후보자는 같은 당 임미애 의원의 “사적 요구를 반복적으로 한 게 아니지 않냐”는 지원 성격의 질문에도 답변을 얼버무렸다. 각종 논란에 변명으로 일관하던 그는 보좌관과 주고받은 문자가 공개되고 나서야 사과했다.
초반에는 현역 의원인 후보자의 갑질이 낙마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본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의원실 보좌진이 온갖 허드렛일을 하는 것을 당연시하는 시각도 있었다. “나중에 배지 달려면 저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 아래 갑질과 업무 지시의 경계가 흐릿해질 때도 있고, 부당한 일을 겪더라도 이른바 ‘대의’를 위해 수치심과 모욕을 묵묵히 견뎌내는 경우도 많다.
보좌직원들의 분노를 더 키운 건 당의 대응 방식이었다. 허종식 민주당 의원은 “제가 겪어본 강 후보자는 바른 분, 장애인 딸을 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분”이라며 강 후보자를 엄호했다.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한 정청래 의원은 “강선우는 따뜻한 엄마였고, 훌륭한 국회의원”이라고 두둔했다. ‘보좌진이 문제가 있었다’는 식의 당 일각의 대응에 2차 가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당은 도덕성과 약자 보호를 내세우며 서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해 왔다. 그런 당이 내부의 약자 문제를 덮으려 하는 현실에 민주당 보좌진은 허탈해하고 있다.
한 보좌관은 “이러려고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며 주말마다 도보 행진하고, 선거운동을 뛴 게 아니다”고 토로했다. “당내 일부 직원이 겪은 부당한 일을 당이 조직적으로 은폐하는데 무슨 대의를 찾나”고 지적한 이도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민주당 보좌진은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를 들으며 위로받았다고 한다. 한 의원은 ‘존경하는 의원님’이라고 한 강 후보자에게 “나를 존경한다고 하지 마라. 보좌관을 존중하시라”고 일침을 날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억강부약’의 세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보듬겠다는 의미다. 한 전직 보좌관은 “우리가 바꾸고자 하는 그 세상에 당신들의 행복도 포함돼야 한다. 당신들의 행복이 곧 우리가 만들어야 할 세계”라는 내용의 글을 써 여러 후배를 울렸다는 후문이다. 그의 바람처럼 새 정부가 꿈꾸는 ‘억강부약’의 세상에서 보좌관들도 존중받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