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방적으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하면서 학사 일정 정상화를 요구한 의대생들이 결국 구제 조치를 받게 됐다. 난색을 보이던 대학들이 그제 이들의 복귀 방안을 내놨다. 전국 40개 의대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는 8000여 명에게 예정대로 유급 처분을 내리되, ‘학년제’인 의대 학칙을 ‘학기제’로 바꿔 2학기부터 수업 참여를 허용하기로 했다. 병원 임상 실습 시간을 채우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본과 4학년을 빼곤 대부분 방학과 주말에 수업을 듣는 대신 한 학기만 다니고도 정상 진급할 수 있게 됐다. 학칙 개정부터 반년 수업으로 진급까지 사실상 의대생이 아니라면 상상할 수도 없는 특혜다.
대학의 입장을 이해 못 할 바 아니다. 의·정 갈등 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수습하고 싶어 하는 새 정부에 눈치가 보였을 테고, 당장 내년부터 24·25·26학번이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하는 ‘트리플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맹 휴학과 집단 사직으로 지난 17개월간 환자들과 국민을 고통스럽게 한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사과 한마디 없이 이렇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특혜까지 받아 가며 돌아오는 게 옳은 일인지 의문이다. 그동안 대학과 정부가 여러 차례 학사 유연화 조치와 함께 의대 정원 동결을 약속하며 복귀를 호소할 때는 꿈쩍도 하지 않던 의대생들이다.
먼저 복귀해 정상적으로 수업받는 학생들에게도 황당한 일이다. 자신들을 한껏 조롱하며 동기 취급도 하지 않겠다던 이들과 똑같이 진급하고 함께 수업받아야 한다. 전공의 빈자리를 메우며 한계까지 내몰린 의대 교수들 역시 방학, 주말까지 반납하며 보충수업에 매달려야 할 판이다. 교육 부실은 불가피해 보인다. 추가 강의 개설과 교육 여건 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에 요청한다고 하니 그만큼 국민 세금도 더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일부는 “또 우리가 이겼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착각일 뿐이다. 정부는 물론 국민과 자신들까지 우리 모두를 패자로 만든 집단행동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