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트럼프의 스포츠 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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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7.18 17:13 수정2025.07.18 17:13 지면A23

[천자칼럼] 트럼프의 스포츠 난장

호불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공사 구분은 모호한 도널드 트럼프는 늘 언론 도마 위에 오른다. 스포츠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는 미국 프로풋볼리그(NFL)와 미국프로농구(NBA) 선수들과 척지고 있다. 1기 대선 유세에서 NFL 선수들을 ‘개××들’로 지칭한 것이 문제가 돼 선수들이 경기 전 국가 연주 때 단체로 무릎을 꿇거나 팔을 걸고 서 있는 동작으로 항의 표시를 했다. NFL이 트럼프에게 찍힌 이유 중 하나는 흑인 선수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역시 흑인 선수가 많은 NBA와도 껄끄러운 관계다. 트럼프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반발해 적잖은 NBA 구단이 트럼프 호텔에서 숙박을 피하고 있다.

스포츠계 인사들과 이해충돌에 얽힌 사례도 많다. 미국 최대 프로레슬링 단체인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경기는 지속해서 트럼프 소유 호텔에서 열린다. WWE 회장인 빈스 맥마흔과 ‘삭발 내기’ 레슬링 시합을 했고, 명예의전당에도 헌액됐다. 트럼프 1기 중소기업청장에 이어 2기 교육부 장관을 맡은 린다 맥마흔이 빈스 맥마흔의 부인이다.

내년 북중미월드컵을 계기로 미국 내 축구 붐을 기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은 얼마 전 뉴욕사무소를 트럼프 소유의 맨해튼 트럼프 타워로 이전했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티파니가 제작한 3억원짜리 클럽월드컵 우승 트로피 진품은 트럼프에게 ‘아부용’으로 기증하고, 정작 우승팀 첼시에는 복제품을 준 의혹을 사고 있다.

트럼프가 4개국에 걸쳐 17개나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은 ‘스포츠 탐욕’의 온상이다. 집권 첫해 2017년 박성현이 우승한 US여자오픈 개최지는 뉴저지주의 트럼프내셔널 골프클럽이다. 트럼프의 막말 때문에 스폰서들이 후원을 기피해 미국프로골프(PGA) 대회 장소에서 제외된 트럼프 마이애미 골프장에서 내년부터 대회가 재개될 것이라고 한다. 지난 17일 개막한 디오픈 주관단체인 영국 R&A도 트럼프로부터 그의 소유인 턴베리 골프장에서 대회 개최 압박을 받고 있다. 통합과 화합의 매개인 스포츠가 갈등과 분열, 사욕으로 얼룩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윤성민 수석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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