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미국을 한국의 14번째 자치단체라고 보는 공격적 관점을 가질 때가 됐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대한상공회의소 하계포럼에서 ‘코리안 드림, 총리의 생각’이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을 하면서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제국적 사고’”라며 “우리는 제국을 해본 적이 없고 늘 식민주의만 했지만, 이제는 국제 질서를 바라보는 영점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만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해도 우리 경제의 앞날이 달린 대미 관세 협상이 한창인 마당에 미국 정부와 언론이 이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지 심히 우려스럽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인 정청래·박찬대 의원은 한 토론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다음달 열리는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해야 한다고 주장해 논란을 키웠다. 정 의원은 “정치는 미국, 경제는 중국으로 균형 외교를 펼쳐야 한다”고 했고 박 의원은 “우리의 국력을 믿고 배짱 있게 외교를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다행히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참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하나 부적절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더 이상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은 곤란하다는 미국 측 신호를 정면으로 받아친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미 양국이 통상 및 안보 현안을 두고 첨예한 줄다리기를 벌이는 시점에 당정 수뇌부가 이처럼 미국을 자극하는 것은 결코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다. 관세 협상이 실패로 끝나면 한국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25% 상호관세가 부과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은 연간 최대 20조원 감소(산업연구원)할 것이란 전망이다.
김 총리는 불필요한 발언을 자제하고 관세 협상과 관련한 부처 간 엇박자를 조율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상호관세 부과 개시를 불과 보름도 안 남겨 놓은 시점에 각 부처는 쌀·소고기 수입, 온라인 플랫폼법 도입 철회, 정밀지도 반출 금지 해제 등에서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다. 당정 지도부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강조하고 있는 이 대통령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