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의 저녁’(1886년·사진)은 앙리 루소의 초기 대표작이다. 루소는 이 작품과 함께 그해 ‘앵데팡당전’에 처음 참가했다. 당시 그는 프랑스 파리 세관에서 근무하던 마흔두 살의 말단 공무원이었다. 정식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 원근법이 서툴렀고, 인물 표현은 인형처럼 뻣뻣하고 단순했다. 그 때문에 ‘세관원 화가’라며 놀림과 조롱을 받았다. 남들이 뭐라 하든, 루소는 이 그림으로 파리 화단에 데뷔했다. 그리고 7년 후, 전업 화가가 됐다. 그러니까 ‘축제의 저녁’은 루소 예술의 출발점이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제목과 이미지가 만들어 내는 모순에서 특별한 울림을 준다. 축제의 풍경을 그렸지만, 웃음도 환희도 즐거움도 없다. 오히려 축제의 이면, 웃음 뒤에 감춰진 고독과 불안을 보여주는 듯하다. 검은 오두막 지붕 아래 걸린 수상한 얼굴, 커플의 밝은색 옷과 대비되는 스산한 풍경은 신비하면서도 괴기스럽다. 환희와 쓸쓸함이 공존하는 이중적 세계,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뒤흔드는 상상력. 그것이 바로 루소 예술의 독창성이었다. 훗날 파블로 피카소는 그의 순수함과 독창성을 높이 사 작품을 구입하기도 했다.
14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이 그림은 오늘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 같다. 우리는 끊임없이 축제 같은 이미지를 소비한다. 소셜미디어에는 반짝이는 일상과 웃음 가득한 사진이 넘치지만 그 이면에는 불안, 피로, 외로움이 자리한다. 루소의 그림은 우리에게 말한다. 축제는 고독을 잠시 가려주는 가면일 뿐이라고.이은화 미술평론가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1 month ago
12
![[ET시론]방송통신발전기금의 역설: '발전'의 이름으로 투자를 억제하는가?](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07/news-p.v1.20251107.f3ca3181bc1042568a88e5ac9647734a_P3.jpg)
![[人사이트]장기수 글로쿼드텍 대표 “글로벌 전기차·모빌리티 충전 솔루션 선도기업 도약”](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06/news-p.v1.20251106.05dbbb739e094bb8ae782c6c4fbdfa2c_P1.jpg)
![[전상욱의 AX시대의 고객경험]〈4〉챗GPT가 그리는 고객 경험의 미래](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07/news-p.v1.20251107.7bb8e0fee59948a89df2053594ee3942_P3.jpg)
![[김태형의 혁신의기술] 〈41〉AI 도시의 가치 창출 메커니즘(하)](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07/news-p.v1.20251107.3fdb47c80fc04363869d59e6541a4eaf_P3.jpg)
![[ET톡]재생에너지 대전환, 韓 성장동력](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11/07/news-p.v1.20251107.062e5974ff454f348aeefee694ebf018_P2.jpg)
![[부음] 정지원(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법무법인 세종 고문) 모친상](https://img.etnews.com/2017/img/facebookblank.png)







![닷컴 버블의 교훈[김학균의 투자레슨]](https://www.edaily.co.kr/profile_edaily_512.pn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