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팰런티어의 고졸 채용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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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04 17:47 수정2025.11.04 17:47 지면A31

[천자칼럼] 팰런티어의 고졸 채용 실험

2005년 미국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를 맡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리드칼리지에 입학했다가 8개월 만에 중퇴한 경험을 소개하며 “그것은 내가 내린 최고의 결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성공하려면 대학 졸업은 필수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라는 주장이었다.

미국 빅테크 창업자 중 상당수는 잡스처럼 대학 졸업장이 없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세운 빌 게이츠(하버드대 중퇴)와 메타를 일군 마크 저커버그(하버드대 중퇴), 오라클을 창업한 래리 엘리슨(일리노이대 중퇴) 등이 대표적이다. 인재들이 대학 졸업 전 창업 전선에 뛰어드는 흐름은 페이팔과 팰런티어 창업자 피터 틸이 2011년 ‘틸 펠로십’이란 장학재단을 설립하면서 한층 더 공고해졌다. 이 재단은 매년 대학을 중퇴한 22세 이하 창업자 20명을 선발해 20만달러(약 2억8700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피터 틸은 대학을 나이트클럽에 비유하며 “엄청난 대기줄을 세워놓고 사람들을 들여보내지 않음으로써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팰런티어가 최근 고졸 인재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매년 고교 졸업생 22명을 선발해 실무를 맡기고, 만족스러운 능력을 보이면 정직원으로 선발하기로 했다. 애플과 IBM, 힐튼 등도 대부분 직종에서 학위 요건을 없앴다.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엔지니어 등을 선발할 때도 학위를 따지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지식을 얻고,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시대에 학위를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는 설명이다.

대학 교육에 불만이 많은 건 한국도 마찬가지다. 기업들은 주요 대학에서 높은 학점을 받은 인재를 뽑아도 실무를 맡기려면 처음부터 다시 가르쳐야 한다고 토로한다. 특히 반도체 같은 첨단 공학 분야가 그렇다. 전액 장학금에 입사까지 보장하는 계약학과를 기업이 직접 만드는 것도 기존 대학 교육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무용론의 확산을 막으려면 대학의 변화와 혁신이 절실하다. 청년들이 4년의 시간과 비싼 등록금을 기꺼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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