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軍 위기를 국방개혁의 ‘골든타임’으로 삼아야[윤상호 군사전문기자의 국방이야기]

1 month ago 6

지난달 11일 경기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 공중강습 훈련에서 한미 군 장병들이 수리온 헬기에서 내려 목표 지역 점령을 위해 전술 기동 훈련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지난달 11일 경기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 공중강습 훈련에서 한미 군 장병들이 수리온 헬기에서 내려 목표 지역 점령을 위해 전술 기동 훈련을 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이 북한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 사실을 공개하자 국내외 다수 언론과 전문가들은 ‘총알받이’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았다. 실제 파병 초기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군의 포격과 드론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사상자도 4000∼5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 초 추가 파병 이후 북한군의 전투력은 몰라보게 달라졌다는 평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첫 파병 때 습득한 전투 경험치를 토대로 드론 등을 활용한 현대전에 놀라울 정도로 숙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군이 최대 격전지인 쿠르스크의 통제권을 상실한 데는 북한군의 반격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쌓은 실전 경험은 고스란히 대남 전략 전술에 스며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파병 대가로 러시아에서 얻은 첨단 군사기술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와 재래식 군사력 강화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지난달 김정은이 ‘북한판 전략핵잠수함(SSBN)’의 건조 현장과 ‘북한판 조기경보기’를 잇달아 공개한 것이 그 예고편일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군의 현주소를 냉철히 짚어 봐야 할 때가 아닐까. 12·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이후 우리 군은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전투기의 민간 오폭과 무인기 충돌 사건 등 사건사고가 잇따르면서 기강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미래 안보와 우리 군의 청사진을 그려 갈 국방개혁이 사실상 ‘올 스톱’ 상황이라는 점이다. 국방부 장관 등 다수 군 지휘부가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돼 공석 또는 대행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국방개혁은 추동력을 상실한 지 오래다.

이래서는 인공지능(AI)과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강군’을 건설하겠다는 목표는 요원할 뿐이다. 병력 급감과 북한의 핵위협 고도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동맹 청구서’ 등 켜켜이 쌓여 가는 안보 난제를 제대로 풀어 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는 경고음이 군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방위비분담금이나 국방예산의 대규모 증액을 한국이 거부할 경우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수를 압박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미 국방부가 중국의 대만 침공 저지 등을 최우선으로 하고 동맹국들이 북한, 러시아 등의 위협 억제를 주도하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 데 이어 대북 요격 핵심 전력인 주한미군의 패트리엇 포대 일부가 최근 중동 지역에 이동 배치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일각에선 주한미군이 없는 대북 안보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하지만 작금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국방 전 분야에 걸친 대대적인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 첨단 정예 강군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그 요체라고 본다. 이를 위해선 범정부 차원의 ‘국방 컨트롤타워’를 구성해 민관군 협력으로 4차 산업혁명의 첨단 기술을 최단 기간에 군에 접목시켜 전력화하는 데 가속도를 붙여야 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3군 사관학교 통합과 합동참모본부의 합동성 강화, 상부지휘구조 및 인사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 등을 통해 ‘싸우는 군대’로 변모하기 위한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혁신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대안을 도출하는 작업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될 것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지금이야말로 국방개혁의 마지막 ‘골든타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달 뒤 조기 대선을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하면 ‘안보 백년지계’를 위해 정치권이 조속히 머리를 맞대길 바란다. 이념과 정파를 떠나 탄탄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자주적 국방 역량을 강화하고, 미래전에 대비한 정예 과학기술군을 건설하는 데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군과 안보가 정쟁에 휘둘리지 않도록 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작업도 빼놓을 수 없다. 12·3 비상계엄 사태는 군이 권력의 불의에 맹종하고,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할 경우 국민과 나라의 안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비상계엄 사태로 드러난 군의 폐습과 구태는 과감히 도려내고, 국민의 무한 신뢰와 지지를 받은 최정예 강군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하는 데 국방개혁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안보 국론을 결집시키고, 초유의 안보 위기를 돌파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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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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