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와 보험개발원은 지난해 2024년 ‘생명보험 기초통계 관리체계 개선 TF’를 운영했다. 올해 5월 말에는 그 결과로‘생명보험(신)레이아웃-상품별 작성 샘플’을 발표했다. 생명보험업계 입장에서는 후발적으로 참여한 소위 제3보험 시장에서의 손해보험업계 장기보험과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의 일환이자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TF의 합의 결과에 따라 회사별로 여기에 맞춰 내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 수행할 예정인 경우도 있다.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1990년대부터 1년 보험기간의 자동차보험과 일반보험에 더해 생명보험과 유사한 1년 이상의 장기보험을 새로운 비즈니스 라인으로 개발하면서 전 세계의 유일한 케이스로 자리매김하였으며 이후 회사의 이익 또한 많이 증가했다.
경험 요율 산출과정의 최초 출발점
2002년 캐나다에서 일하다 삼성화재로 스카우트됐을 때 내부 TF를 만들고 나서 처음 요청받은 업무가 일회 단기성의 성격으로 새로 판매했던 1년 갱신의 입원급여금 담보와 통원치료비 담보 보험료를 갱신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판매 후 1년 10개월 정도 지난 신담보였는데, 입원급여금은 3000만원 한도의 실제 손해 보장 담보였다. 통원은 한번 통원 시 고정금액 10만원을 지급하는 담보인데 여러 번 지급할 수 있는 성격의 담보였다.
따라서 그 이전의 고정급여의 생명보험 담보들과는 다른 실(제)손(해액)을 보상해 주는(손해보험의 특성을 갖는) 담보로서 최초의 것들이었다. 새로운 두 담보는 매년 보험료를 갱신할 수 있어서 첫해에는 보험료 갱신을 안 하고 있다가 1년 10개월 정도 됐을 때 보험료를 조정하고자 했다.
이 예를 드는 이유는 필자가 이때 당연히 자기 회사만의 경험 데이터로 보험료를 언제든 조정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당시 요청받은 업무는 CY(Calendar Year) 손해율에다 안전할증(safety margin)을 얹어서 조정해 달라고 하는 매우 간단한 업무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이전에 생명보험 업계에서는 발생률에 안전 할증을 거는 방식이 유일한 방식이었다. 캐나다의 AVIVA 손해보험사와 손해보험 계리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다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캐나다로 유학 가기 전 외국 생명보험사에서 일했던 필자로서는 처음 접하는 이 두 담보가 생명보험 성격과 손해보험 성격 두 개의 최초 혼합이라고 생각하면서 매우 흥미롭게 느꼈던 기억이 난다.
입원급여금은 3000만원의 보장 한도가 있는 실제 손해액을 보장하는 손해보험의 전형적인 담보다. 물론 보장 기간 동안 여러 번 별도의 입원 당 지급도 가능하다. 생명보험에서는 입원 시 입원일 당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담보로서 차이가 존재한다.
통원치료비는 각 통원 시에 실제손해액 보장이 아닌 고정금액(face amount)으로 지급하므로 생명보험 성격이며 다만 며칠에 걸쳐 여러 번의 통원이 발생하면 계속 지급한다는 특징이 있다. 즉 통원 치료를 몇 번 받느냐가 전체 보장금액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1년 갱신 담보로 정한 것은 참 잘했다고 생각하면서(선진국에서는 소위 social inflation의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암보험과 중대질병보험(CI: Critical Illness)을 제외하고는 1년 이하 기간 단위로 보장을 제공하는 건강보험회사가 별도로 존재한다.) 발생률 기준의 생명보험 담보와는 달리 자동차나 일반보험의 요율조정(ratemaking) 방식으로 보험료 조정을 하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특히 입원급여금은 발생하고 나면 얼마의 금액이 지급될 것인가를 알 수 없다. 즉 생보처럼 발생률, 빈도(frequency)만이 아니라 얼마의 금액을 지급할 것인가라는 심도(severity)라는 불확실성이 더해진다. 통원치료비 지급 금액은 10만원으로 정해져 있지만 통원일수가 불확실하다는 성격이 있다. 생명보험의 입원 일당과 성격이 유사하다. 입원일 당 일정금액에 입원일수를 곱하여야 전체 금액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1) 입원급여금: 빈도 x 심도(둘 다 임의의 성격-random)
(2) 통원치료비: 빈도 x 정액 (빈도는 임의의 성격- random, 심도는 고정 -fixed)
따라서 이 두 담보의 보험료 갱신을 위해서는 새롭게 정의하여 추출한 데이터가 필요했다. 이를 계기로 자사경험 데이터베이스 구축 프로젝트를 삼성SDS와 출범시키고 대용량의 데이터를 보험요율 조정 프로세스로 가져오기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착수하였다. 1년 7~8개월이 걸린 프로젝트였으며 현업 상품개발 7~8명과 삼성SDS 4~5명이 참가했다.
입원급여금과 통원치료비의 손해율법에 따른 보험료 갱신 조정안(rate filing)은 보험개발원에서 첫해에는 수용하지 않았다. 보험 요율을 올리려고 과대 추정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최종 손해액을 추정하는 진전 적용과 추세 반영) 처음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무적으로 접해서 그러려니 하고 프로젝트에 전념하면서 동시에 직원들을 교육 훈련하면서 다음 해를 준비했다. 이때는 보험개발원이 이를 수용하고 대신 우리가 만든 각종 요율 조정과정 템플릿을 개발원에 전달하고 실무적인 교육을 시행하였다. 타사는 개발원이 교육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어 국내 최초로 새로운 프로세스가 마련됐다.
이렇게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최초에 자사경험데이터베이스 및 요율 산출 프로세스 구축이 왜 시작되었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야 현재 보험개발원 TF의 산출물이 왜 그러한 디자인을 갖는지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별도로 자세히 논의하겠다) 또한 실무적으로도 데이터베이스의 디자인 및 각종 필드 값들의 정의와 요율 산출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증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손해율법과 순보험료법의 비교
발생률과 빈도에만 근거하여 보험요율을 조정하던 생명보험업계가 실손 보험을 판매하면서 손해보험업계의 장기보험과 직접 경쟁하게 되는데, 후발 경쟁자의 시장에서의 경쟁 열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에 주목·주의해야 한다.
첫째, 실손 담보는 발생률과 빈도만이 아니라 심도를 추정해야 한다. 더 나아가 기존의 기수표만으로는 보험료를 산출할 수 없다. 왜냐하면 심도를 ‘1’원으로 가정하기 때문이며 보험료는 가입 시 선택한 가입금액(face amount)을 곱하면 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손해보험 담보의 경우로 보면 ‘기본보험료 x 요율변수별’ 상대도의 구조를 가져야 한다.
둘째, 발생률과 빈도의 구조를 가지는 정액보상 담보의 경우도 손해율법이나 순보험료법(빈도 x 심도)으로 조정은 가능하다. 손해율법의 경우 불일치(mis-match)의 우려가 있는데, 즉 발생률만의 차이만큼 손해율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다. 빈도가 낮아도 큰 가입금액에서 사고가 더 자주 발생하는 경우와 빈도는 높은데 작은 가입금액에서 사고가 더 자주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점 때문에 요율 변수 조합(성별, 연령군별)에 따른 손해율의 차이만큼 발생률을 조정하여 둘의 불일치를 다는 아니지만, 일부 해소할 수는 있다는 보완적인 성격이 존재한다..
순보험료법의 경우 기본 정의상 손해율법의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심도는 보험 가입 시 가입자의 선택 가입금액의 분포라는 1차 조건과 실제 보험사고 발생 시의 가입금액 분포라는 2차 조건으로 결정되는데, 가입금액별로 나누어 분석 조정한다면 그 결과에 따라 가입금액별 상대도를 도입해야 하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분석에 그치고(여기까지만 해도 중요하다) 발생률법으로 회귀하게 된다.
셋째, 빈도의 분자에 해당하는 보험사고건의 경우 IBNR 건(사고는 발생하였으나 보고와의 시차가 존재하여 데이터에서 누락되는 경우)을 추정해야 한다. 개발원 예시에 계약 건별 사고 건 필드에 0과 1만 삽입하는 것으로는 불충분하다. IBNR 건이 없기 때문이다. 즉 과소추정이다. 이 경우 사고 종결건과 사고 미결건 필드(Field)를 새로 삽입해 0, 1을 입력해야 하고 요율 변수 조합별로 AY(사고년도)-DY(진전년도)로 요약해 최종 사고 건을 추정해 빈도 추정에 반영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두 번째 주의할 점 중 손해율법의 경우, 발생률의 조정을 손해율의 크기로 한다는 점에서 조정 대상과 조정 기준이 불일치(mismatch)하다고 할 수 있지만 손익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재조정한다는 면에서 적용 가능하다고 할 수는 있다. 이를 관리회계 측면이라고 한다면 재무회계기준인 IFRS17의 CSM을 기준으로 한다면 어떨까. 필자는 이렇게 진전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관해서도 따로 논의해야 할 정도로 실무적으로 상세한 사항이 많기 때문에 다음 기회에 논의하겠다. 유종환 GLIS Consulting 대표·성균관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