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2013년 국제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한국경제가 성장의 한계에 직면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국경제를 '서서히 열이 오르는 냄비 속 개구리'로 비유해 시선을 끌었다. 서서히 가열하면 냄비 속 개구리가 온도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하다 죽는 것처럼 한국경제가 다가오는 위기를 감지하지 못하고 있으며 대응책도 없다는 비유였다. 외부 환경의 변화와 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하면 위기를 막을 수 없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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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시간으로 8일 새벽 1시부터 무역 상대국들에 소위 '상호관세'의 세율이 적힌 서한을 순차적으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서 통상 상대국들에 대미 수출품의 관세율이 적힌 서한을 보내거나 협상 타결을 보는 것으로 오는 9일까지 무역 협상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사진은 7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2025.7.7 xanadu@yna.co.kr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2023년 맥킨지는 '한국의 다음 S-커브(상승곡선)'라는 보고서를 내고 10년 사이에 바뀐 게 별로 없으며 10년 새 냄비 속 물의 온도가 더 올라갔다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의 기본적인 틀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것이라면서 끓는 물이 식기만을 바라지 말고 과감하게 끓는 물 속 개구리를 냄비 밖으로 꺼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산업구조 개편, 고부가가치 전환, 산업혁신 기반 구축 등 8개 과제를 이행하면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 연평균 4∼5%대 성장으로 2040년께 1인당 국내총생산(GDP) 7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과 상황을 적나라하게 지적하는 맥킨지의 조언은 이어졌다. 최근 대한상의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맥킨지 한국오피스의 송승헌 대표는 "큰 산을 넘어야 하는데, 날은 저물고(20년 저성장) 큰 바위(규제)가 가로막은 형국"이라고 비유했다. 우리 경제가 1960∼80년대 중화학공업으로의 전환, 1980∼2000년대 첨단 제조업으로의 전환을 기반으로 성장한 이후 지난 20여년간 '새로운 성장'을 만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일률적이고 유연성이 떨어지는 규제로 기업가 정신이 발휘되기 어려운 경직된 환경이 저성장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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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 제공]
올해 한국 경제는 1%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2차 추경의 효과 반영 전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올 성장률 전망치가 0.8%다. 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했던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과 같은 수준이다. 고금리 장기화와 내수 부진, 건설경기 침체에다 대외적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으로 수출까지 타격을 받으면 올해 우리 경제는 과거 역대급 위기가 발생했던 때와 비슷한 저성장에 내몰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이런 저성장의 요인은 단기 처방으로 탈출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어서 과거처럼 성장률의 급반등도 기대하기 어렵다. 과감하고 충격적인 수준의 혁신이 없다면 저성장이 굳어져 '잃어버린 30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도 많다. 급변하는 경제환경 속에서 관세 협상 등 당장 눈앞에 떨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데만 매몰되지 말고 규제 혁파와 산업 구조 개혁, 첨단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우리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찾아내야 한다. 이제는 냄비 속 개구리를 구해내야 할 때다.
hoon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15일 16시3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