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실 뛰쳐나온 기초과학 연구자 2229명…"AI도 기초연구 키워야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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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1조3000억원이던 연구개발(R&D) 예산이 지난해 26조5000억원으로 13.9% 감소했다. 신임 교수 정착비, 지방대 연구실 운영비 등이 줄줄이 폐지되며 기초 연구 생태계가 큰 타격을 받았다. 젊은 과학자가 풀뿌리 연구로 출발해 중견·대형 과제로 이어가는 단계별 지원 체계도 멈췄다. 신규 과제는 무산됐고, 장기 과제도 실험 장비·재료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차질을 빚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가 R&D 예산이 대폭 줄면서 발생한 혼란이다.

실험실 뛰쳐나온 기초과학 연구자 2229명…"AI도 기초연구 키워야 도약"

이재명 대통령은 글로벌 인공지능(AI) 3대 강국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R&D 예산 확대를 강조했다. 국가 총지출의 5% 이상을 R&D에 투자하도록 법제화하자는 목소리도 여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올해 국가 총지출은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하면 702조원이다. 5%를 R&D에 투자하면 R&D 총예산은 사상 처음 35조원을 넘기게 된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각각 하정우 전 네이버클라우드 센터장,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선임되면서 R&D 예산이 AI에만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다. 이종호 전 과기정통부 장관은 “AI비서관을 신설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장관만큼은 기초과학에 능한 인사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 KAIST 교수는 “AI 연구도 결국 풀뿌리 기초연구로부터 시작된다”며 “신임 장관이 AI뿐만 아니라 기초과학에도 관심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국내 기초과학 관련 학회의 협의체인 ‘기초과학학회협의체’도 지난달 14일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서 대한수학회, 한국물리학회, 대한화학회, 한국생물과학협회, 한국지구과학연합회, 한국통계학회 소속 회원들과 함께 새 정부에 기초과학 연구생태계 복원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대한수학회 340명, 한국물리학회 612명, 대한화학회 489명, 한국생물과학협회 112명, 한국지구과학연합회 540명, 한국통계학회 136명 등 총 2229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연구실을 지키고 있어야 할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이 자리에 선 것은 연구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2021년도부터 2025년도까지 연구자가 2만7000명에서 5만6000명 이상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지만 과제 수는 약 1만5000개에서 1만1000개로 줄었다”고 호소했다. 기초연구 과제 수 대폭 감소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의 기초연구사업 과제 수는 2021년 1만5183개에서 2023년 1만4912개, 올해는 1만1829개로 쪼그라들었다. 출연연 관계자는 “신규 및 계속 총과제가 2026년 1만8200개, 2027년 2만4700개, 2028년 3만1100개로 늘어나야 한다”며 “향후 3년간 매년 최소 6400개 수준의 과제 수 증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국정기획위원회 보고에서 R&D 예산 삭감으로 줄어든 풀뿌리 연구 과제 수를 내년 1만5000개로 복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 이를 위해 750억원 규모의 예산이 추가 요구될 것으로 내다봤다. 새 정부는 첫 기초연구지원 예산을 크게 확대해 오는 9월까지 혁신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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