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워치] 출렁이는 시장엔 '스마트 동학개미'가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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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수' 개인투자자, 외국인 '매도'에 맞서는 양상

리스크 헤지·변동성 대비로 '성투' 완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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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반등'

(서울=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가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22.03포인트(0.55%) 오른 4,026.45에, 코스닥지수는 3.72포인트(0.41%) 하락한 898.17에 장을 마감했다. 2025.11.6 eastsea@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선임기자 = 요즘 직장인들은 모이기만 하면 온통 '주가' 얘기뿐이다. 동학개미건 서학개미건 가리지 않고 인공지능(AI) 혁명이 가져올 반도체 수요 증가와 정보기술(IT)의 미래에 대한 전망과 토론이 불을 뿜는다. 그도 그럴 것이 '할인'(디스카운트)의 대명사로 불리던 코스피가 갑자기 4,000선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으니 역대급 활황장에서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조바심과 편승 심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새로 '마통'을 뚫거나 퇴직금, 전세금까지 쏟아붓는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근 고객예탁금이나 신용융자잔고의 급격한 증가세를 보면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열풍이 얼마나 뜨거운지 짐작할 만하다.

이런 뜨거운 열기를 에너지로 삼은 듯 몇 개월간 숨 고를 새도 없이 급등 행진을 이어오던 코스피가 암초를 만나 멈춰 섰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갑툭튀'처럼 불거진 AI 거품론으로 주가 상승세가 주춤하자 국내 증시의 주가도 4∼5일 이틀간 하루 2% 이상씩 급락했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처럼 급등하던 코스피가 하루 100포인트 이상 떨어져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 효력 정지)까지 발동되기도 했으니 이른바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증시와 투자에 대한 공부가 깊지 않은 개미들로선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장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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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코스피 추이(종합)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5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17.32포인트(2.85%) 내린 4,004.42로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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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AI 거품에 대한 경고는 새로 등장한 게 아니다. AI 열풍과 그에 따른 관련 기업들에 대한 관심과 단기 주가 급등이 과도하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4일(현지시간) 주가가 급락한 미국 팔란티어는 그동안 AI 소프트웨어 분야의 핵심 종목으로 인식돼왔지만 150%가 넘는 올해 주가 급등세는 실적 대비 과도한 수준이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주가 폭락을 내다봤던 마이클 버리가 주요 AI 종목의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거나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이 주가 조정을 예견했다는 점이 겹쳐 하락의 계기가 됐을 뿐이다.

AI 열풍 등을 재료로 삼은 주가 급등이 거품이었는지 아닌지는 지금은 판단할 수 없다. 따라서 글로벌 주가가 단기 조정 후 다시 탄력을 받아 상승세를 이어갈지, 아니면 이번 조정을 변곡점으로 삼아 하락세로 추세 전환할지도 알기 어렵다. 다만 단기 급등한 주가가 특정 재료를 계기로 삼아 출렁거리기 시작했고 변동성도 커졌으므로 투자자들도 그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최근 주가 상승이 짧은 시간 내에 급격히 빠른 속도로 진행됐기 때문에 일시 조정을 받는 쉬어가기 장세가 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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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000 돌파

[촬영 임은진]

최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하고 개인투자자들은 매수하는 패턴이 2020년 '동학개미 운동'의 2차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과거부터 국내시장을 쥐락펴락하던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해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당당하게 맞서 주가와 시장을 지켜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주가를 끌어올린 외국인들이 정점에서 매도하면 추격 매수한 개미들의 손실로 이어졌던 전형적인 패턴을 과거부터 여러 차례 목격해왔던 터라 불안감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이젠 동학개미들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 '친구따라 투자하는' 추동 매매는 손실만 키울 뿐이다. 조정 가능성과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고 분산 투자와 헤지를 통해 리스크를 줄이며 과도한 수익 대신 차분하고 안정적인 수익을 노리는 투자기법을 갖춘 '스마트 개미'가 돼야 한다. 시장에 영향을 줄 재료와 투자 여건, 글로벌 경제 동향까지 꼼꼼한 공부는 기본이다. 여기에 스스로 감당 가능한 한도로 투자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까지 갖추면 비로소 '성투'(성공적인 투자)가 완성될 것이다. 투자는 오롯이 자기책임이다.

hoonkim@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1월07일 06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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