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한의 메디컬리포트]OECD 국가 중 입원율, 사망률 상위권인 중증 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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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중증 천식 치료 보장성 확대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 공동 주최로 열린 ‘중증 천식 치료 보장성 확대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건강보험을 적용받아도 약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중증 천식 치료 보장성 확대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참석한 의사와 환자는 중증 천식 치료제 부담이 너무 높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중증 천식은 높은 용량의 흡입 스테로이드제와 기관지 확장제 등 치료제를 사용해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잦은 중증 악화(심한 호흡곤란 등 천식 발작)로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는 호흡기 질환이다.

증상이 잘 조절되는 일반 천식과 달리 중증 천식은 천식 발작이 생기면 응급실을 방문하거나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전체 천식 환자 중 5∼10% 정도를 차지한다. 국내 환자는 10만 명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중증 천식 환자는 다른 질환과 비교할 때 치료 보장성이 매우 낮다. 중증 천식과 비슷한 자가면역질환인 중증 아토피 피부염, 중증 건선, 류머티스 관절염, 염증성 장질환 등과 비교해 매우 떨어진다. 이들 질환은 산정특례가 적용돼 환자 부담은 치료비 10% 정도로 낮은 편이다. 유독 중증 천식에 대한 치료 보장성이 낮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중증 천식 입원율과 사망률에서 한국이 상위권을 달리고 있다. 2019년엔 사망률이 터키 다음으로 2위였다. 중증 천식으로 인한 2차적인 사회적 비용(약 4조 원)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최근엔 생물학적 제제처럼 최신 치료제도 속속 출시되고 더구나 이들 약제는 건강보험을 적용받는데 왜 중증 천식 환자들은 경제적으로 힘들어 하는 것일까. 이유는 생물학적 제제 가격이 워낙에 비싸서다. 건강보험을 적용해도 매달 100만 원 이상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중증 천식 환자의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중증 천식이 중증 난치성 질환으로 산정특례에 포함되는 방법이다. 산정특례에 포함되면 해당 질환으로 진료를 받을 때 본인 부담률은 10% 정도다. 똑같은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를 받는 중증 아토피는 2021년에 산정특례에 포함됐다. 이를 본 중증 천식 환자들과 의사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중증 천식 보장성 확대를 위해 학회와 환자들이 5년이 넘도록 국회에 목소리를 높였는데 중증 천식만 빠졌기 때문에 실망감이 더욱 컸다.

물론 중증 아토피 피부염은 피부 질환이 눈에 띄게 보이고 환우들이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잘 조직돼 목소리도 컸다. 그런데 중증 천식 환자들은 ‘심한 기침을 하면 감염이 생길 수 있다’는 오해과 낙인 때문에 스스로 드러내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다른 중증 난치성 질환 못지 않게 △증상이 심각하고 △완치가 어려우며 △고가 약제비를 포함한 높은 치료 비용을 생각한다면 산정특례 조건에 충분히 포함되고도 남는 상황인데 말이다.

최근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생물학적 제제(오말리주맙, 메폴리주맙, 벤라리주맙, 레슬리주맙, 듀필루맙)를 처방받은 적이 있는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 10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환자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중증 천식 환자 10명 중 9명은 ‘의료 비용 부담’을 이유로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중단했고, 이들 모두 약제비 가격이 낮아지면 치료를 다시 받겠다고 답했다.

이날 심포지엄 토론자로 나선 중증 천식 환자의 보호자 노명희 씨는 “아이가 돌 때부터 천식을 시작해 입원실 중환자실 등을 전전했다. 매번 치료비만 수백만 원이 들어갔고 갈 때마다 아이 손과 팔의 주사기 흔적으로 마음이 아팠다. 보호자로 같이 응급실에서 밤을 새운 적도 많았다. 왜 중증 천식이 산정특례에 포함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중증 천식 환자들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제로 적극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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