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길눈 생눈 쇠눈 숫눈 풋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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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에 눈(雪)이 왔습니다. 가을에 내려앉은 '첫눈'이라는 사진 해설(경향신문). 그만 첫눈(眼)에 반해버렸습니다. 눈 어휘를 다룰 때입니다. 조금씩 잘게 내리는 눈. 가랑눈입니다. 가루 모양으로 뿌린다 하여 가루눈도 있습니다. 그믐치는 음력 그믐(그달 마지막 날)께 내리는 눈입니다. 길눈은 한 길(사람의 키 정도)이 될 만큼 쌓인 눈이고요. 도둑눈은 밤새 사람들이 모르게 내린 눈이니 도적눈 해도 됩니다. 만년눈(만년설)은 아주 추운 지방이나 높은 산지에 언제나 녹지 않고 쌓여 있는 눈이고요. 발등눈은 발등까지 빠질 정도로 비교적 많이 내린 눈을 말합니다. 길눈에 견준다면 새 발의 피일 테지요. 또 밤에 내리면 밤눈, 음력 보름께 내리면 보름치, 봄에 내리면 봄눈 합니다. 언론 보도에 심심찮게 쓰이는 상고대는 나무나 풀에 내려 눈처럼 된 서리이고요. 설밥은 설날에 오는 눈을 비유적으로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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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내린 설악산

(춘천=연합뉴스) 강원지역 곳곳에 초겨울 추위가 닥친 20일 설악산 국립공원 소청대피소 일원에 첫눈이 내리고 있다. 2025.10.20 [설악산 국립공원 사무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yangdoo@yna.co.kr

운치가 있는 첫눈과 달리 피해를 걱정해야 할 소나기눈(소낙눈)이 있습니다. 갑자기 많이 내리는 눈입니다. 생(生)눈은 내린 뒤에 밟지 않아 녹지 않은 채로 고스란히 있는 눈이고 숫눈은 눈이 와서 쌓인 상태 그대로의 깨끗한 눈입니다. 싸라기눈(싸락눈)은 빗방울이 갑자기 찬 바람을 만나 얼어 떨어지는 쌀알 같은 눈이고요. 겨우 발자국이 날 만큼 적게 내린 눈을 두고는 자국눈 하고 자로 잴 만큼 많이 쌓인 눈은 잣눈 합니다. 비가 섞여 내리면 진눈깨비가 온다고 합니다. 포슬눈은 가늘고 성기게 내리는 눈이고요. 풋눈은 초겨울 들어서 조금 내린 눈입니다. 굵고 탐스럽게 내리는 눈(함박눈)이 피해를 주지 않을 만큼만 온다면야 겨울이 싫지 않을밖에요. 그러나 함박눈이 폭설, 대설로 이어져 쇠눈(쌓이고 다져져서 잘 녹지 않는 눈) 되고 묵은눈(쌓인 눈이 오랫동안 녹지 않고 얼음처럼 된 것) 되면 그런 마음은 단박에 녹아버립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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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과 겨울이 공존

(속초=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20일 강원 설악산국립공원 권금성 인근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있다. 이날 오전 설악산국립공원 고지대에는 첫눈이 내렸다. 2025.10.20 ryu@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권오운, 『작가들이 결딴낸 우리말』, ㈜문학수첩, 2006

2. 최종희,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2015년 개정판),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3. 양산호, 『우리말둘레길』, e퍼플, 2024 (전자책)

4.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22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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