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SM·YG 등 공연 매출 급성장…음반·음원 추월 사례도
"가수 직접 보려는 수요 커져"…고질적 공연장 부족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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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뮤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가수의 라이브 무대를 볼 수 있는 콘서트 매출이 성장 한계에 봉착한 K팝 시장의 새로운 '돌파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1위 가요 기획사 하이브의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공연 매출 비중은 30.99%로 음반·음원 매출 비중 27.27%를 앞질렀다.
강력한 팬덤에 기반한 CD 판매와 스트리밍·다운로드에서 나오는 음원 수익이 주 수입이 되는 K팝 시장에서 공연 매출이 음반·음원 매출을 추월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하이브의 1분기 공연 매출은 1천552억원으로 전년 동기 440억원보다 252.3%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음반·음원 매출이 1천451억원에서 1천365억원으로 5.9%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1분기에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제이홉을 비롯해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엔하이픈, 보이넥스트도어 등 하이브 소속 여러 팀이 세계 각지에서 월드투어와 단독 콘서트를 열었다.
이재상 하이브 CEO(최고경영자)는 지난달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앞으로 더 많은 아티스트가 공연을 통해 더 자주 팬들과 만날 계획"이라며 "현재까지 공개된 것만으로도 약 150개 공연이 예정돼 있고, 하반기 추가 공연이 확정되는 대로 그 수는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동시에 각 공연은 전반적으로 더 큰 공연장에서 진행돼 전체 관객 수 또한 의미 있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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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다른 대표 가요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도 별도 기준 1분기 콘서트 매출이 394억원으로 전년 동기 247억원 대비 58.0%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551억원에서 678억원으로 오른 음반·음원 매출 증가율 23.1%를 웃돈 것이다.
YG엔터테인먼트 역시 올해 1분기 공연 매출(연결 기준)이 전년 동기 대비 292.7% 증가했다.
SM은 "신보 앨범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감소했지만 글로벌 콘서트 확대 등이 실적 개선을 견인했다"며 "NCT 127 18회, 에스파 16회, 동방신기 10회, 슈퍼주니어 예성 8회, 샤이니 민호 5회, 소녀시대 태연 5회, 웨이션브이(WayV) 4회 등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가요계에서는 지난 2020∼2023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급성장한 K팝 시장이 작년부터 성장 한계에 부딪히면서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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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써클차트 김진우 음악전문 데이터저널리스트 분석에 따르면 작년 한 해 K팝 음반 판매량은 전년 대비 17.7%, 음원 이용량은 7.6%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K팝 콘서트가 가요계 침체를 타개할 새로운 돌파구로 부상했다.
기획사들은 과거 정규앨범을 발매하고 투어에 돌입하던 것과 달리 이제는 미니앨범이나 싱글로 최대한 빨리 신곡을 내고 콘서트에 나서는 추세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실물 음반은 소장용으로 갖고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소비하는 시대"라며 "대신 콘서트나 팬 미팅 같은 공연을 통해 한 번이라도 아티스트를 보고 싶어 하는 팬들 수요가 커지고 있다. 팬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가수를 직접 만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의 K팝 공연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자체 기획 공연 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좋은 공연 제안이 굉장히 많이 들어온다"며 "앨범 매출 증가는 한계가 있는 만큼 공연 매출이 더욱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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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 쏠려 있는 고질적인 대형 공연장 부족 현상은 관련 시장 성장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현재 1만명 이상 수용하는 서울 시내 실내 공연장은 KSPO돔을 제외하면 고척스카이돔뿐이다. 실외로 눈을 넓혀봐도 잠실주경기장은 내년 연말까지 리모델링 공사 중이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잔디 훼손 문제로 대관이 까다롭다. 창동에 지어지는 서울 아레나는 2027년 문을 열 예정이다.
이 때문에 NCT 드림, 아스트로, 보이넥스트도어 등 인기 K팝 스타들은 접근성이 떨어지더라도 약 1만명을 수용하는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를 잇달아 찾고 있다.
수만 명을 동원하는 스타들은 고양종합운동장(콜드플레이·지드래곤·제이홉·블랙핑크)이나 인천문학경기장 주경기장(세븐틴)을 선택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GTX-A 노선 개통으로 서울역에서 인근 킨텍스역까지 약 20분 만에 주파할 수 있게 되면서 고양종합운동장 인기는 더욱 올라갈 전망이다.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KSPO돔 수요가 너무 많아 내한 스타처럼 하루나 이틀 공연하는 팀들은 최대 5∼6회 무대에 오르는 인기 가수들에게 입찰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며 "그 대안으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 등에 눈을 돌리는 추세"라고 말했다.
tsl@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22일 14시2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