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2006년생인 아들이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친구들과 처음으로 술 약속이란 걸 잡았다. 졸업식을 앞둔 고3이었지만,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의 예외적 정의 규정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법률에서는 나이에 따른 권리행사와 제한 관련 규정을 곳곳에 두고 있다. 우선 법률행위의 가장 기본이 되는 민법상 성년은 만 19세다. 만 19세 미만이 자취방 계약을 체결하거나 은행에 계좌를 개설할 때는 법정대리인 동의 없이 단독으로 하면 취소 대상이 된다. 혼인도 만 19세가 되기 전이라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청소년 보호법상 청소년은 민법상 미성년과 조금 다르다. 원칙적으로는 만 19세 미만의 자가 이 법에 따른 청소년이지만, 예외적으로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청소년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당장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를 시청할 수 있고 주류를 살 수도 있다.
근로계약에는 더 특수한 규정이 적용된다. 우선 만 15세 미만인 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로 고용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고 고용하더라도 만 15세부터 18세 미만까지는 연소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에 따른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 만 18세가 되면 근로기준법상 연소자는 아니지만 민법상으로 미성년이기 때문에 근로계약 체결을 위해서는 여전히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주민등록 발급은 만 17세 이상인 자를 대상으로 하고,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권은 만 18세 이상 국민에게 주어지는 등 공법에는 성년이나 청소년과는 또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가령 생일이 지난 고2 학생은 주민등록증이 발급되지만,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생일이 지난 고3 학생도 독자적 법률행위를 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고2 때와는 달리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를 할 수 있다. 고3 겨울방학 중 새해가 되면 술을 사는 것도 가능해지고 그해 생일이 지나면 급기야 부모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혼인하거나 본인 명의로 집을 사고파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렇게 만 19세 생일이 지나면 권리행사에 제약이 없는 법률상 완전한 주체가 된다.
그런데 법률상 성인이 되면 어른의 호칭도 붙일 수 있는 걸까.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키다리 아저씨 박동훈 부장 같은 진짜 어른 말이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2023년 설문조사 결과는 꽤 흥미롭다.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나는 아직 어른이 아닌 것 같다’는 응답이 절반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응답자의 70% 이상은 어른의 특징을 이타심과 배려심이라고 규정하면서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자신의 경험을 얘기해줄 수 있는 사람,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상황에 필요한 역할을 잘 찾아가는 사람을 어른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고 한다.
내 주장만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광장에서 각기 날을 세우는 ‘무늬만 성인’이 넘쳐나는 시대 아닌가.
어린 세대에게 우리는 너희와 다른 어른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자꾸만 자신이 없어진다.
얼마 전 만 19세 생일을 맞은 아이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아들아, 너는 이제 뭐든 혼자서 할 수 있는 나이지만 뭐든 혼자서 해야 하는 나이가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단다. 네 푸르른 청춘이 술 마시고 청불 영화를 볼 수 있는 자격이 갖춰진 것에 그치지 않고, 내면과 품격을 갖추고 이타심과 배려심 있는 ‘어른’으로 영글어 가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엄마도 진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