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필수의료·의과학 따로 뽑자"는 국교위원장 제안 일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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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11.04 17:45 수정2025.11.04 17:45 지면A31

필수의료 인력 부족 문제의 해법으로 ‘의대 모집단위 분리’와 산부인과·소아과 등 기피과 전공의에게 병역 면제 혜택을 주자는 제안이 나왔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그제 기자간담회에서 의대 입학 전형을 필수의료, 의사과학자, 일반 전형 3가지로 나누는 구상을 밝혔다. 입학 단계에서부터 필수의료, 의과학을 전공할 학생을 따로 뽑자는 얘기다. 논란과 반대가 적지 않겠지만 지역·필수의료 붕괴와 의대 증원이 사실상 백지화된 현실을 감안하면 충분히 논의해 볼 만한 방안이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행정위원회로 10년 단위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게 주요 역할이다. 백년대계인 교육제도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리지 않도록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교육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2022년 출범했다. 법조인 출신인 차 위원장은 부산대 총장을 지냈고, 지난 9월 국교위 위원장에 취임했다. 의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대학 총장을 지낸 만큼 의대 현실을 모른다고 할 수 없다.

지난 9월 병원과 학교를 떠났던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복귀하면서 의대 정원 확대로 촉발된 의료 파행은 1년 반 만에 끝났지만 지역·필수의료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분초를 다투는 환자와 산모는 응급실과 분만 병원을 찾아 여전히 ‘뺑뺑이’를 도는 게 현실이다. 지역 응급의료 공백은 더 심각하다. 이런 와중에 공공의대 설립, 지역의사제 도입 등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 방안에도 의료계가 반발하며 의·정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차 위원장의 제안 역시 의료계의 반대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

물론 기초의학을 연구하거나 바이오 분야에서 활약할 인재를 키울 의사과학자 코스를 따로 두는 건 몰라도 필수·비필수의료 전공자를 분리 선발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 하지만 지금 우리 의료 상황이 지극히 비정상적인 만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국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인력을 선발, 교육하고 충분히 확보할 의무를 다해야 한다. 교육제도를 바꿔서 가능한 일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국교위에서 차 위원장의 구상을 심층 논의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쳐 결론을 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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