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등 소상공인 단체들이 그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근로자 추정제는 사회보험료 폭탄과 연쇄 파산을 강요하는 사형 선고”라며 법안 철회를 요구했다. 정부가 노동절인 5월 1일에 맞춰 특수고용직, 플랫폼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근로자 추정제를 도입하려는 데 반발한 것이다. 노동자 사이에서도 소득 감소와 고용 축소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한다. 사각지대 노동자를 보호하려는 ‘선의’가 노사 모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역설적 상황을 우려하는 것이다.
근로자 추정제의 핵심은 일단 노무를 제공하면 근로자로 간주하고, 아니라는 입증 책임은 사용자가 지게 하는 것이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영세 소상공인에게는 비용 부담이 결코 만만찮다. 근로자 1인당 추가 부담액은 연간 약 500만원(소상공인연합회 추산)으로, 소상공인 평균 영업이익의 20%에 달한다고 한다. 가뜩이나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4대 보험료와 퇴직금, 주휴수당 등 ‘비용 폭탄’을 안기면 결국 이들은 문을 닫거나 고용을 줄일 수밖에 없다.
입증 책임 전환에 따라 소송이 남발되고 법적 분쟁이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아님’을 증명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까지 감수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 제도로 인해 플랫폼 기반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택배·대리운전 기사, 프리랜서 중에는 실적에 따른 고소득을 위해 자유로운 계약을 선호하는 이도 많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비슷한 법(AB5)을 시행했다가 프리랜서들의 거센 반발과 일자리 감소 우려로 수많은 예외 조항을 두며 사실상 누더기가 된 사례를 직시해야 한다.
노동 사각지대를 해소하려는 제도의 취지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마당에 낡은 제조업 시대의 ‘근로자 기준’을 모든 직종에 강요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근로자 추정제가 선례를 찾기 힘들다는 것을 정부도 인정한 만큼 파급 영향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섣부른 제도 강행은 노사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고 사회적 혼란만 불러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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