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령화·부동산·재정, 주택연금이 잇는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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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령화·부동산·재정, 주택연금이 잇는 해법

한국 사회의 고령화는 더 이상 미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속도보다 구조다. 자산은 주택에 묶여 있고 소득은 충분하지 않다. 많은 고령 가구가 ‘집은 있지만 현금이 부족한’ 상태에 놓여 있다. 이는 복지의 사각지대이자 자산 배분의 비효율이다.

이 틈새를 메울 수 있는 대표적인 제도가 주택연금이다. 보유 주택을 담보로 평생 연금을 받는 구조다. 제도는 이미 존재하지만, 활용은 기대에 못 미친다.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라 충분히 작동하지 않아서다.

지금의 고령층 지원은 현금 이전에 크게 의존한다. 기초연금 확대는 직관적이지만 재정 부담이 누적된다. 고령화가 심화할수록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반면 주택연금은 기존 자산을 활용한다. 동일한 복지 효과를 더 낮은 재정 비용으로 달성할 수 있다.

주택연금의 의미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주택시장도 채권시장처럼 발행시장과 유통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신규 주택 건설이 발행시장이라면 기존 주택의 거래는 유통시장이다. 주택 공급은 신축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잠겨 있던 기존 주택이 시장에 나오는 것 또한 중요한 공급이다.

주택연금이 활성화하면 점차 유통시장에 나오는 주택 물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난다. 이는 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주택연금 가입 규모가 커지면, 매년 어느 정도의 주택이 시장에 공급될지 예측 가능해진다. 이처럼 ‘예측 가능한 공급 경로’의 존재 자체가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기대 형성만으로도 가격 급등 압력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택연금 가입을 가로막는 장벽은 있다. 상속 선호, 제도에 대한 불신, 경직적인 상품 구조 등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상품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부분 연금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 예컨대 30평 주택을 보유한 고령 가구가 20평으로 줄여 거주하면서, 해당 주택은 연금화하고 나머지 10평 상당은 현금화하는 방식이다. 이는 주거 선택의 자유를 높이고 제도 참여 유인을 강화할 수 있다. 세대 간 주택 규모 맞바꾸기에도 효과적이다.

둘째, 보증 구조를 단순화하고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장기 계약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 최초 가입 문턱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세제 혜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부분 연금 가입 시 30평 매도와 20평 매입에 따른 이중의 세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다.

고령화는 피할 수 없다. 그러나 대응 방식은 선택할 수 있다. 현금 이전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개인의 보유 자산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주택연금은 고령층 소득 보전, 재정 부담 완화, 그리고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드문 정책 수단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제도가 아니라, 이미 있는 제도를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일이다. 주택연금이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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