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부 이인희 기자정부는 최근 '지역 주도 과학기술 혁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5극3특 육성과 지역 전략산업 지원, 지방 중심 연구개발 생태계 구축 등 관련 정책도 잇따른다. 지역 스스로 성장동력을 만들고 균형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현장 현실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름만 지역 주도일 뿐 중앙 의존 구조는 여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역 R&D 사업 운영 방식이다. 상당수 사업은 여전히 중앙부처 공모 체계로 진행된다. 정부가 평가 기준을 일방적으로 정하면, 지역은 사업계획서를 작성해 경쟁에 뛰어든다. 지역이 주도적으로 사업을 설계하기보다 중앙 정책 기조에 얼마나 부합하는지가 선정의 핵심 기준이다. 지역 특성보다 정부 키워드에 맞춘 '정책형 사업계획서'가 우선시되는 이유다.
예산 매칭 구조 역시 지역 부담을 키운다. 지방정부는 매칭 예산 확보에 벅차고, 재정이 열악할수록 대형 사업 참여는 어렵다. 수도권 대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규모 공모 경쟁까지 감당해야 하는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현장에서 “사업은 지역에서 하지만 결정은 중앙이 한다”는 푸념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가 차원의 전략과 기준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지역을 동일한 틀 안에서 무한 경쟁시키는 방식으로는 특성과 자율성을 살리기 어렵다. 지역마다 산업 기반과 연구 역량, 인재 구조가 다른 만큼 접근 방식 역시 그에 맞춰 달라져야 한다.
과학기술 균형발전은 단순한 예산 분배 문제가 아니다. 지역 스스로 연구 방향을 설계하고, 실패 책임까지 감수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율이 완성된다. 중앙이 방향을 정하고 지역은 수행만 하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지역 주도 혁신'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다. 진짜 분권은 예산보다 권한을 넘기는 데서 출발한다.
이인희 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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