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예측하지 않는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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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예측하지 않는 투자

국내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는 무려 1084개. 다양한 ETF가 존재하는 만큼 ETF에 투자하는 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시장에 많은 ETF 투자법이 존재하지만 필자가 추구하는 방식은 단순하다. 바로 ‘예측하지 않는 투자’다. ETF 투자의 본질은 예측을 최소화하는 것, 예측하지 않는 것, 심지어 예측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TF의 탄생 자체가 종목 선택의 필요성을 배제하고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패시브 투자이기 때문이다.

예측하지 않는 투자의 기본 전제는 다음과 같다. 바로 나의 시장 예측 능력이 시장 전문가는커녕 보통 사람보다도 못하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워렌 버핏이 이야기한 능력 범위(circle of competence)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설정한다고 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시장을 지켜봤고 많은 경험을 쌓았지만 예측에 기반한 투자는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아 알고 있다.

나의 능력 범위를 보수적으로 설정하고 예측하지 않는 투자를 위한 세부 실행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개별 종목이 아니라 우량주에 분산된 ETF에 투자한다. 나의 자산 대부분은 우량주에 분산 투자된 ETF에 들어가 있다. 그 중에 가장 큰 부분은 우량주 분산투자의 대명사인 ‘미국 S&P500’이다. 그리고 국내 우량주 리레이팅(가치재평가)에 대한 장기 전망으로 코리아 탑10과 글로벌 인공지능(AI) 혁명에 따른 구조적 성장을 기대해 국내 ‘반도체 탑10’에 투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 어떤 종목이 더 좋은 성과를 낼지 고민하지 않는다. 나의 예측은 형편없이 빗나갈 것이다.

다음으로는 매매 시점에 대한 예측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계적인 분할 매수를 시행했다. 시장의 저점에서 사고 고점에서 파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지만 나는 그럴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이미 여러 번의 경험으로 확인했다. 그 대신 일정 금액을 꾸준히 투자하는 방식을 택했다. 예측보다 반복을 선택한 것이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매일 주식을 사 모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분할 매수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아무리 전망이 밝아 보이더라도 레버리지 사용을 자제하는 것도 실행 방법 중 하나였다. 레버리지는 예측이 맞았을 때 큰 수익을 주지만, 틀렸을 때의 손실 또한 치명적이다. 또한 보수가 높은데다 변동성 잠식(volatility decay) 현상으로 시간과 싸워야 하는 투자 방식이다. 시장이 횡보하기만 해도 가격이 하락한다는 뜻이다. 빠르게 번 돈은 빠르게 사라질 수 있다. 나의 목표는 느리더라도 꾸준히 부를 늘려 나가는 것이다.

투자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각자에게 맞는 투자 방법만이 존재할 뿐이다. 오랜 경험을 통해 나에게는 우량주에 분산된 ETF를 분할매수하는, 예측을 최소화하는 투자가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투자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확히 맞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형편없는 실수를 줄이느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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