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SK '천연물 신약' 보험급여 퇴출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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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국산 신약의 미래’로 꼽히던 천연물 신약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잇단 약가 인하와 건강보험 급여 퇴출 후폭풍에 개발 동력이 약해지면서다. 전문가들은 환자 치료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다양한 의약품 개발 육성 정책을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로에 선 천연물 신약

동아·SK '천연물 신약' 보험급여 퇴출 위기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산 천연물 신약인 동아에스티의 스티렌과 SK케미칼의 조인스가 나란히 건강보험 약제 급여적정성 재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재평가 업무를 맡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매년 의약품 급여 청구 현황, 해외 급여 현황 등을 살핀 뒤 재평가 대상을 정한다.

올해 재평가 대상 약은 8개다. 스티렌과 130여 개 동일 성분 복제약은 연간 급여 청구액이 3년 평균 1215억원으로 가장 컸다. 연평균 청구액이 490억원인 조인스는 2001년 허가받았다. 지난해 스티렌 오리지널 약 매출은 171억원, 조인스는 509억원이었다.

정부는 7월께 제약사에 평가 결과를 통보한 뒤 이의신청 과정 등을 거쳐 올해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재평가에서 탈락하면 환자가 약을 복용할 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시장이 크게 줄어든다. 국산 천연물 신약이 재평가 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가 스티렌과 조인스의 평가 결과를 주목하는 이유다.

◇2013년 이후 신규 허가 ‘0’

정부가 천연물 신약 육성에 나선 것은 2000년 천연물 신약 연구개발 촉진법이 제정되면서다. 조인스를 시작으로 2003년 구주제약의 아피톡신, 2005년 스티렌 등이 허가받았다. 2011년과 2012년엔 5개 제품이 허가받는 등 ‘천연물 신약 전성시대’가 열렸지만 이후에는 신약이 자취를 감췄다.

스티렌은 이런 정부 정책 변화를 고스란히 겪었다. 2011년 정부의 ‘기등재 의약품 목록 정비 대상’에 포함된 뒤 보험약가가 162원에서 112원으로 낮아졌다. 2011년 881억원이던 스티렌 매출은 2013년 198억원으로 급감했다. 천연물 신약을 개발해도 더 이상 지원받지 못한다는 신호가 됐다. 2015년 감사원은 정부가 천연물 신약에 불필요한 특혜를 줬다고 결론 내렸다. 2017년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고시에서 ‘천연물 신약’이 삭제돼 허가 우대 조항마저 사라졌다. 허울뿐인 ‘촉진법’만 남았다.

◇미국 유럽 등은 지원책 마련

해외에선 천연물 신약 육성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2004년 육성책을 마련한 미국에선 신약이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미국 재즈파마슈티컬스의 ‘치료용 대마’ 의약품 대표주자인 뇌전증 신약 에피디올렉스가 그중 하나다. 2018년 허가받은 이 약은 지난해 매출 1조3800억원(약 9억7240만달러)으로 ‘블록버스터’(연매출 10억달러) 진입을 앞두고 있다. 유럽과 중국도 생약은 허가 절차를 일부 생략하는 우대 정책을 펴고 있다.

업계에선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정부는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8개국의 건강보험에 등재되지 않은 약물을 재평가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전통의학에 기반해 생약제제 등으로 개발하는 천연물 신약은 이런 조건을 맞추는 게 불가능하다.

진영원 서울대 약대 교수(대한약학회 생약천연물분과학회장)는 “첨단 의약품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천연물 신약이 도움을 주고 있다”며 “정부가 천연물 신약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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