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영덕 노물리 해안마을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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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영덕 노물리 해안마을의 절규

경북 북부지역을 휩쓴 산불의 발화지 중 한 곳인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 이곳에서 시작된 산불은 나흘 만에 직선거리로 약 75㎞ 떨어진 영덕군 영덕읍 노물리 해안마을까지 덮쳤다. 서울에서 동쪽으로는 강원 춘천, 남쪽으로는 경기 평택·안성에 이르는 주변 지역이 잿더미가 됐다고 생각해 보면 경북 산불의 피해 규모를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폐허가 된 노물리 해안마을은 트레킹 코스로 알려진 영덕 블루로드(대게공원~고래불해수욕장 64㎞) ‘B코스’에 속한 작은 어촌이다. 산비탈에 그림같이 들어서 있던 가옥과 펜션, 횟집 등이 화마에 모두 불탔다. 항구 방파제로 간신히 피신한 주민들이 배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었던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산불 양상 완전히 달라져

노물리가 언제 다시 이전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을지, 주민들이 돌아와 생업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약이 없다. 어찌 이곳뿐이겠나. 의성 안동 청송 영덕 영양 등 경북 북부와 경남 산청 하동에서 “어떻게 다시 삶을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이재민의 절규가 들려온다.

전국 11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올봄 산불의 피해는 막대하다. 75명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주택 3400여 채, 농축산시설 2100여 곳, 국가유산 30건도 화마에 휩쓸렸다. 서울 면적의 80%에 해당하는 산림 4만8000여㏊가 불에 탔다. 이재민 3000여 명은 대피소에서 힘겹게 지내고 있다. 대부분 고령층이다.

이번 재난에서 보듯 최근 산불은 대형화·장기화하는 특성을 보인다. 지구온난화 영향이다. 봄철 고온에 강수량까지 줄어 산림에 일단 불이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한다. 의성 산불은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역대 최고인 시간당 8.2㎞로 이동하며 산림과 마을을 초토화했다.

대책 중요하지만 실화 줄여야

무엇보다 초동 진화 역량을 키우는 게 급선무다. 다량의 물을 한꺼번에 쏟아부을 수 있는 헬기 확충이 시급하다. 기령이 30년 이상인 중소형 헬기 교체와 함께 산악 지형의 특성까지 고려해 초반에 압도적인 양의 물을 집중적으로 투하할 수 있는 초대형 기종 도입도 검토할 때가 됐다. 대형화하는 산불을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대처하기엔 한계가 있는 만큼 산불 진화를 ‘국가 사무’로 분류해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 환경단체의 반대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임도(林道) 역시 확대해야 하다. 산림녹화사업을 통해 촘촘하게 나무가 들어선 우리 산에는 낙엽도 층층이 쌓여 있다. 물을 뿌려도 지중화한 불씨가 완전 진화를 어렵게 한다. 산으로 들어가는 길, 임도가 많아야 효율적 진화가 가능하다.

경남·북의 재앙은 산불 대응 체계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책은 시간이 걸리고 재정 투입도 필요하다. 한국 산불의 원인은 자연발화보다 실화가 대부분이다. 실화부터 줄여야 한다. 산림·소방당국의 사투로 초대형 산불은 일단 꺼졌지만 정부가 정한 ‘봄철 산불 조심기간’(1월 24일~5월 15일)은 아직도 남아 있다. 산림청 홈페이지(www.forest.go.kr)에 들어가 보자. ‘산불은 오직 예방만이 최선입니다’라는 팝업에 반드시 지켜야 할 ‘여섯 가지 예방수칙’이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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