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1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의향서(LOI)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오픈AI가 차세대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에서 삼성·SK 손을 잡은 건 양사의 반도체 기술력과 생산 역량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과 SK는 인공지능(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오픈AI와 협력을 기반으로 AI 분야에서 영향력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오픈AI 협력 배경은
대규모 AI 모델에는 막대한 데이터 처리 능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고성능 메모리가 필수적이다. 오픈AI는 오라클·소프트뱅크와 공동 추진하고 있는 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웨이퍼 기준 월 90만장에 육박하는 고성능 D램이 대규모로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픈AI가 삼성·SK와 협력 체계를 구축한 이유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1위 기업이고, 삼성전자는 메모리 생산능력에서 가장 앞서 있는 곳이다. 또 데이터센터 저장장치인 낸드플래시 메모리 기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를 삼성과 SK가 만들고 있다. 스타게이트는 5000억달러(약 701조원)가 투입되는 천문학적인 프로젝트로, 막대한 물량의 반도체가 요구된다. 메모리 성능 외에도 안정적 생산과 공급이 필수라는 얘기다.
양사는 오픈AI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HBM을 위주로 공급할 전망이다. HBM은 여러 장의 D램을 쌓아 데이처 처리 능력을 끌어올린 메모리다. 머신러닝 연산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한 AI 가속기의 핵심 부품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HBM을 최초 개발한 이후 기술력을 고도화, 6세대 HBM(HBM4)까지 개발을 완료했다. 오픈AI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HBM 증설 투자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HBM 외에 SSD, 저전력 D램-프로세싱인메모리(LPDDR5X-PIM) 등 납품도 예상된다. 서버용 SSD는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고, LPDDR5X-PIM은 데이터 저장과 연산을 메모리 내부에서 수행하는 제품으로,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압도적인 메모리 생산량도 오픈AI의 낙점을 받은 배경으로 해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연간 기준 D램 웨이퍼 생산량은 769만5000장으로, 주요 메모리 제조사 중 가장 많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창밖을 보며 환담을 하고 있다. (사진=SK)◇'한·미 글로벌 AI 패권 동맹'
삼성·SK와 오픈AI의 협력은 반도체 공급 및 수출 측면 외에도 데이터센터와 차세대 컴퓨팅에서 한국의 입지를 확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AI 데이터센터는 기업 차원의 미래 먹거리일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와 안보 차원에서 전략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IT 인프라라는 의미를 넘어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필수 시설이자 산업 혁신을 뒷받침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삼성과 SK는 글로벌 1위 AI 기업인 오픈AI와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글로벌 AI 산업에서 위상을 확대하는 한편 전략적 역할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SK는 이번에 오픈AI와 한국형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 서남권에 오픈AI 전용 데이터센터를 공동으로 구축해 한국 AI 전환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 지역 AI 데이터센터 허브로 육성한다는 구상이다. 오픈AI의 해외 시장 공략에 SK가 파트너로 함께 한다는 의미가 있다.
나아가 한미 기업 간 AI 경제 협력도 확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반도체 이외에 삼성SDS·삼성물산·삼성중공업·SK텔레콤 등 통신·소프트웨어·건설 기업이 참여하는 만큼 글로벌 AI 패권 경쟁 시대 한국과 미국의 AI 동맹이 시작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AI 동맹은 기술 협력을 넘어 경제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며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오른쪽), 조나단 아이브 오픈AI 크리에이티브 헤드(왼쪽)가 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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