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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강형석 기자] 기후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극단적인 형태의 기후 환경은 먹거리 생태계에 영향을 줬다. 우리나라도 작물 재배 적지가 변하고 있다. 아열대 기후가 북상하면서 열대작물 재배 지역이 확대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농작물 생육과 품질의 변화는 우리 삶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특정 작물이 부족해 가격이 치솟거나, 아예 재배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체 원료를 찾거나 통제된 환경에서 작물을 키우는 스마트팜 도입 등 기후 위기에 따른 식량난 극복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외에도 특정 식물, 종균을 배양하는 조직 배양 기술도 활발하다. 시장조사기업 글로벌 인포메이션의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식물 조직 배양 시장은 전년 대비 10.5% 상승한 약 5억 7100만 달러(약 7845억 원) 규모로 예상했다.
전진현 초롱팜바이오 대표 / 출처=초롱팜바이오
초롱팜바이오는 우리나라 농업의 혁신을 이끄는 그린테크 스타트업으로 식물ㆍ종균 조직 배양 기술을 다룬다. 2024년 설립된 신생 법인이지만 식물ㆍ종균 조직 배양 기술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 받으며 성장 중이다. 어떻게 시장에 매력을 느끼게 됐는지, 향후 성장 전략은 무엇인지 전진현 초롱팜바이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식물 배양 기술에 매력을 느껴 창업을 결심하다
“식물ㆍ종균 세포만 성장시키면 필요한 물질을 추출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예로 도라지, 산삼 등에 포함된 사포닌 성분을 원료로 사용하기 위해 식물 세포를 배양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급변하는 기후에 안정적인 식물 및 원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 잠재력을 봤고 창업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전진현 대표는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이 시장에 주는 영향력에 주목해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실제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은 농업, 식품, 약품, 뷰티,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과 밀접하다. 식물ㆍ과수ㆍ종균에서 원료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기후 변화로 인해 안정적인 식품, 원료 확보가 더 어려워지고 있어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의 성장 잠재력은 높다.
식물ㆍ종균 배양은 손톱 크기의 10분의 1 수준인 미세한 조직을 활용해 식물ㆍ종균을 증식시키는 고정밀 기술이다. 조직을 채취한 후 병에 넣는 초기배양, 병 내에서 성장한 식물의 조직을 채취하는 증식배양, 배양 식물 중 우량 식물을 선별한 후 조직을 채취하는 계대배양 단계를 거친다.
딸기 생장점 배양을 진행 중인 이미지 / 출처=초롱팜바이오
초롱팜바이오의 경쟁력은 대응력이다. 시장의 요구에 즉각 대응하고 고품질 식물ㆍ종균을 공급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강점으로 꼽힌다. 창업 이전부터 다양한 식물 유형 및 시장에 대한 포괄적인 데이터를 수집했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초롱팜바이오는 4가지 방향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첫 번째는 농산물 무병화다. 농작물이 병충해에 걸리지 않고 건강히 자라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농작물 품질을 통해 농가는 비용절감 및 소득 증대 확보가 가능하다. 안전한 먹거리를 시장에 유통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두 번째는 고부가가치 화훼 식물 증식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2023년 화훼 재배 시장은 1조 원 규모로 추산된다. 분화류(꽃 화분)가 2115억 원, 절화류(꽃) 1845억 원으로 가장 컸다. 하지만 수입 화훼 대비 품질, 종류, 가격 등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수입 화훼 규모는 증가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화훼 수입 금액은 2023년 기준 1억 1916만 달러(약 1639억 원)로 2022년의 1억 2504만 달러(약 1720억 원) 대비 소폭 줄었지만, 2021년에 기록한 1억 525만 달러(약 1448억 원) 대비 1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초롱팜바이오는 해외, 국내에서 보기 드문 화훼를 시장에 제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세 번째는 신품종 개발이다. 초롱팜바이오는 종균을 활용해 글루텐 수치를 낮춘 백강밀을 개발 중이다. 전진현 대표는 “글루텐 프리 기준은 식품 내 글루텐 함량이 1kg당 20mg(20ppm)입니다. 현재 개발 중인 밀에 포함된 글루텐은 0.03ppm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향후 제과ㆍ제빵 시장의 고민인 글루텐 대체 곡물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네 번째는 멸종 위기 품종의 보존과 증식이다. 초롱팜바이오는 태백 야생 식물 협회와 협력해 멸종 위기에 처한 물살이 식물(물속, 물가에서 자라는 식물)을 복원하는 사업을 진행한 바 있다. 앞으로도 여러 식물 관련 단체와 협력해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을 보존, 증식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인내의 시간이 필요한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
전진현 대표가 처음부터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 시장에 뛰어든 것은 아니었다. 관상용 식물은 최소 6개월, 과수나 목본류는 최대 6~7년까지 소요되는 긴 배양 기간 때문이다. 식물ㆍ종균을 배양하고 시장에 공급하는 초기 과정에 수입이 없다는 건 부담이었다. 식물ㆍ종균 배양에 필요한 장비 구축 비용도 문제였다. 전진현 대표는 초기 자본 조달의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독창적인 전략을 떠올렸다. 소속된 협동조합 내 기업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마침 동충하초 관련 상품을 개발 중이던 모이식품이 눈에 띄었다.
초롱팜바이오는 동충하초의 생리활성 물질인 '코디세핀'을 추출해 건강식품으로 개발, 해외 시장을 공략했다. 해외에서는 코디세핀의 인지도가 높고 고가에 판매되고 있는 상황을 이용했다. 전진현 대표는 제품 판매 수익으로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 연구에 필요한 장비를 점진적으로 확보하고 구축할 수 있었다.
식물 조직에서 세포를 분리해 배양 환경에서 증식한 모습.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은 유전자 변형과 접근 방식이 다르다 / 출처=초롱팜바이오
전진현 대표의 또 다른 고민은 시장의 인식과 인력난이다.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로 생산된 무병화 식물(과수)은 농약과 비료 의존도를 줄여 고품질 농산물 제공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소비자와 농업인들은 기존 재배 방식 대비 운영 비용 및 제품 가격이 비싸다고 느낀다.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이 유전자 변형 생물(GMO)과 유사하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점도 문제다. 전진현 대표는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은 A를 B로 바꾸는 유전자 변형이 아니라, A를 100개의 A로 만드는 겁니다. 꾸준한 노력으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을 전문으로 다루는 인력이 없다는 점도 외형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단순 식물을 배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밀한 절단 기술, 멸균 조건 유지, 식물 유형 및 성장 단계에 맞는 특정 영양 배지 제조 등 고도로 전문화된 지식이 필요하다. 미숙련자의 실수는 배양 환경 오염 또는 식물 괴사로 이어진다. 그러나 국내에서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을 교육하는 기관은 전무하다. 전진현 대표는 “향후 여러 기관에서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에 관심을 두고 전문 인력 양성에 나서길 기대합니다”라고 말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을 설명하고 있는 전진현 대표 / 출처=초롱팜바이오
초롱팜바이오는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을 알리기 위해 힘쓰는 중이다. 농업 관련 대학교, 지역 고등학교 등과 연계한 체험 활동, 교육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 경산고등학교, 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 학생들을 만나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의 매력을 알렸다.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이 어떻게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기술이 왜 필요하고 어떤 분야에 쓰이는지 등 단계별 교육을 진행한다는 게 전진현 대표의 설명이다.
식물ㆍ종균 배양 분야 혁신하는 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
초롱팜바이오는 국내외 시장에서 성과를 이루며 성장 중이다. 지난해 안동 세계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에서 뉴질랜드 구매자를 대상으로 20만 달러(약 2억 7500만 원) 규모의 금실 딸기 수출 계약을 맺었다. 이 외에도 산삼 배양근을 활용한 산삼 종자화 기술을 개발해 특허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초롱팜바이오가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이 있었다. 식물ㆍ종균 배양 기술을 국내외 시장에 알리기 위한 전시회, 투자상담회 안내가 대표적인 예다. 투자 활동에 필요한 교육 및 컨설팅도 지원했다. 관련 업계와의 네트워킹, 경연 참여 지원도 이뤄졌다. 전진현 대표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사업 아이템 외에도 초롱팜바이오가 진행 중인 연구 개발, 사업 프로젝트 연결에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아낌없는 지원이 있었기에 꾸준한 성장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식물 배양 작업을 진행 중인 전진현 대표 / 출처=초롱팜바이오
“식물ㆍ종균 배양 분야가 우리나라에서 관심이 없는 은둔 기술 느낌이 있어요. 무병화 식물에 대한 홍보는 다방면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 피부에 와닿는 수준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술을 지속 개발해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고 싶어요.”
초롱팜바이오의 목표는 농가의 소득창출 외에도 시장에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자연 유래 기반 원료 활성화에도 앞장설 계획이다. 수년간 쌓은 경험과 데이터를 믿고 있기에 목표 달성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전진현 대표의 설명이다.
IT동아 강형석 기자 (redb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