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던 일 다 뺏겼다…신입 자리 꿰찬 '이것' 초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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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확산 여파로 채용 시장의 지형이 흔들리고 있다. AI가 그동안 신입사원이 맡아오던 단순·반복 업무를 빠르게 대체하면서다. AI 도입을 전제로 한 경력 중심 채용 구조가 굳어지면서 사회초년생이 경력을 쌓을 수 있는 ‘진입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빅테크, 신입 채용 1년 새 4분의 1 줄어

"AI가 신입 업무 대체"…美 빅테크 채용 25% 줄었다

28일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시그널파이어에 따르면 미국 상위 15개 빅테크 기업의 지난해 대졸 신입 채용은 전년 대비 24.8% 줄었다. 같은 기간 2~5년 경력직 채용은 27.2% 증가했다. 기업들이 신입보다 경력직을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시그널파이어는 링크트인 기반 고용 데이터를 분석해 6억 명 이상의 일자리 흐름을 추적하는 고용 특화 VC다.

최근 생성형 AI가 확산하면서 이를 활용해 단순·반복 업무를 자동화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다. 자료 정리, 기초 보고서 작성, 회의록 작성 등 난도가 낮고 리스크도 작은 업무를 중심으로 AI 도입이 활발하다. 기업이 사용하는 업무 협업 툴에 이 같은 기능이 내장되는 추세다. 주로 낮은 연차 직원이 맡던 업무를 AI가 대체하면서 신입사원 채용 수요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경험을 갖춘 실무자를 채용해 곧바로 업무에 투입하려는 기업은 늘어났다. 세계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과 교육이라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검증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는 측면도 있다는 설명이다.

◇산업 전 분야 ‘경력직’ 선호

과거 대졸자가 컨설팅·금융권에서 경력을 쌓는 대표적 통로이던 리서치 어시스턴트(RA)나 인턴 자리는 점점 사라지는 추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컨설팅 전문 기업 맥킨지앤드컴퍼니는 지난 18개월 동안 전체 인력의 10%를 감원했다. FT는 “생성 AI가 신입 직원이 수행하는 업무를 자동화하면서 경력직 직원의 생산성을 빠르게 높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오픈AI, 구글 등이 제공하는 ‘딥리서치’ 기능이다. 챗GPT 프로 구독자는 월 200달러에 딥리서치를 125회, 구글 제미나이 프로 이용자는 월 20달러로 하루 20회 이 기능을 쓸 수 있다. 특정 주제에 대해 질문하면 사고 사슬(CoT) 기능을 이용해 관련 문서를 검색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준다. 자료 출처도 명확하게 보여준다.

생성 AI가 불러온 충격은 금융, 물류, 콘텐츠 등 산업 전 분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마케팅 문구 작성, 기초 보고서 초안 작성, 코드 디버깅, 표준 계약서 초안 작성 등 다양한 업무에서 신입급 인력이 맡던 작업이 AI 툴로 상당 부분 대체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선 오히려 이런 AI 툴을 능숙하게 다루는 실무형 인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채용 리스크가 큰 신입보다 연차가 낮더라도 실전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AI 활용형 인재’를 더 많이 뽑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AI가 신입 역할을 대체하면서 사회 전반에 걸친 ‘경력 절벽’ 현상이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헤더 도샤이 시그널파이어 인사 담당 파트너는 “테크 기업들은 잠재력이 아니라 입증된 결과를 원한다”며 “신입은 경력이 필요하지만, 경력을 쌓으려면 직장이 필요한 역설에 빠졌다”고 지적했다.

안정훈/김인엽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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