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현의 테크와 사람] 〈78〉연결망 단절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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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현 성균관대 교수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만약 국가간 인터넷, 금융망 등이 동시에 끊긴다면 어떻게 될까? 실제로 2022년 남태평양 통가에서는 해저 화산폭발과 지진, 해일로 인해 2주 이상 통신이 완전히 두절된 적이 있었다. 2023년에는 홍해 구간에 연결된 아시아-유럽간 해저케이블 4개가 동시에 단선된 적도 있다. 일부 집단의 고의적 단절이 의심되는 이 사고로 한국, 일본, 동남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구간의 인터넷이 급격히 느려지고 우회 트래픽이 폭증하는 등 한바탕 혼란이 벌어졌다.

우리가 오늘 편리하게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바다 밑으로 촘촘히 이어주는 해저케이블 덕분이다. 해저케이블로 하루에 송금되는 돈이 10조달러 이상이라는 자료도 있다. 원화로 1만3000조원, 13경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런 해저케이블이 고장 나거나 끊기는 사건이 전 세계에서 매년 100건 이상 보고되고 있다. 우리 나라는 해저케이블이 미국 유럽 등에 직결되어 있지 않고 인접국인 중국, 대만, 일본등을 거쳐 연결되는 케이블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장, 자연재해, 전쟁 등이 발발할 경우 정보 단절로 인해 고립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국가다.

해저케이블이 갑자기 끊기는 일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하며 절반 이상의 원인이 선박의 닻에 의해 발생한다. 어선이 고기를 잡기 위해 사용하는 저인망, 트롤망 등 어구가 해저에 깔려있는 케이블에 걸리게 되면 역시 단선사고가 발생한다. 이렇게 선박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가 전체의 4분의 3쯤 된다. 나머지는 지진, 해저화산 분화 등 자연재해나 해상구조물 건설 등 해양 개발활동으로 인한 단절이다. 그런데, 테러, 군사행동, 해적 등에 의한 케이블 훼손도 전체 단절사고의 1~5%를 차지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해저케이블의 중요성이 급증함에 따라 많은 나라들은 동일 국가·지역 간 해저케이블을 복수경로로 구축하는 이중화 작업도 하고 있고, 케이블 매설 위치를 더 깊게 바꾸며 두꺼운 보호재를 사용해 케이블을 보호하는 등 다각적인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이밖에 케이블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지하여 이상징후를 즉시 파악하거나 해저케이블이 묻혀있는 위치 인근을 항해하는 선박의 조업을 제한하는 등 적극적인 보호 활동을 시도하고 있다.

바다밑 케이블 매설의 취약성을 인지한 많은 국가들은 스타링크와 같이 수천 개의 위성을 띄워 통신망의 연결성을 보장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에서 스타링크라는 위성망이 갖는 위력은 절대적이다.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스타링크 시스템을 끄면 우크라이나 전선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로 유럽연합(EU)은 프랑스 유텔셋(Eutelsat)이 우크라이나에서 위성인터넷 서비스 '원웹'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료가 스타링크에 비해 아직 비싼 문제가 있고, 위성 개수 역시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차이가 나서 스타링크의 대체 서비스가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이다.

연결망의 취약성은 국내에서도 문제가 된다. 정부는 이동통신사를 복수로 허가하면서 위기 발생시 통신망이 서로 연결되도록 한다. 한 통신사의 망이 마비되더라도 다른 통신사의 망을 이용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이원화하는 것이다. 동일한 망 내에서도 장비나 경로를 복수로 구성하여 한 경로가 끊겨도 다른 경로로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광케이블이나 전원장치, 중계장치 등을 복수로 설치하려는 이중화 노력도 진행 중이다.

국제 분쟁이 노골화된 이 시기에 우리의 연결망은 과연 안전한지 짚어볼 시점이 되었다. 글로벌 위성망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술을 독자 개발하거나, 해저케이블 연결을 다변화하는 등 연결망 업그레이드도 고려해봄직 하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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