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럭시 Z 폴드 7과 플립 7이 삼성 언팩에서 공개됐다. 삼성은 지난 해부터 갤럭시가 ‘AI 폰’임을 끊임없이 강조해 왔다. 이번 발표 핵심도 여전히 AI였는데, 삼성은 한시간이 조금 넘는 언팩 행사에서 ‘AI’ 단어를 94회나 말했다. 분당 1회가 넘는 셈이다.
구글 AI와 갤럭시 AI
갤럭시 Z 폴드 7과 플립 7의 가장 큰 특징은 구글과 삼성의 AI 기술이 둘다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자사 AI 제미나이(Gemini)를 삼성 폰에 적극 투입했다. 특히 제미나이 라이브를 주력으로 앞세운 것이 인상적이다. 멀티모달인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로는 이제 화면을 공유하면서 실시간으로 질문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카메라로 냉장고 안을 비추면 "오늘 저녁 뭐 해먹지?"라는 질문에도 성심성의껏 답해준다. 보통 인간은 이 대답을 듣고 나면 자신이 뭘 먹고 싶은지를 깨닫게 돼 배민 앱을 켜게 된다. 유용하지 않지만 결과적으론 유용한 질문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이 있다. 제미나이 탑재가 삼성 폰만의 장점일까? 안드로이드를 쓰는 모든 기기가 제미나이를 기본으로 쓸 수 있게 되고, 심지어 아이폰에서도 제미나이 앱을 받으면 제미나이 라이브를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다.
기기 제조사가 OS와 AI를 만들 때의 강점은 ‘기기나 기본 앱 조작이 AI로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리에게 애플 TV를 꺼달라고 부탁하거나 스마트폰 플래시 라이트를 켜달라고 명령할 수 있다. 삼성 폰에서는 원래 빅스비만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러나 AI 시장에서 서로의 손을 굳게 잡아야만 하는 삼성과 구글은 큰 결정을 내린 듯하다. 이제는 제미나이로도 기기 제어가 가능하다. 기기의 모든 요소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기기의 몇 앱과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삼성 노트, 알림, 캘린더, 리마인더 앱과 호환된다.

제시된 예시는 캘린더 연동이었다. "뉴욕에서 영화의 밤 등록해줘"라고 화면을 비추며 말하면 기기 앞에 있는 일정을 삼성 캘린더에 알아서 일정을 넣어주는 식이다. 구글 캘린더를 두고 삼성 캘린더를 쓰는 사람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하여튼 된다.
지난 해 출시 후 사랑을 받다 못해 애플이 모방하기까지 한 서클 투 서치(Circle to Search)는 역시 업그레이드됐다. 기존 웹서핑을 하다가 구글 렌즈를 실행하는 건 물론이고, 게임 등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언팩에 나온 예시는 스마트폰 키노트에 매번 등장하는 ‘원신’ 화면이었는데, 보스 위에 동그라미를 그리자 보스 잡는 법, 정보 등이 검색됐고, 보스 잡는 법에 관련된 유튜브 동영상도 시청할 수 있었다. 비슷한 방식으로 길거리 간판도 검색할 수 있다.
구글 AI 프로 구독을 제공하는 것도 장점이다. 제미나이 2.5 프로와 비디오 생성 AI인 비오 3 패스트(Veo 3 Fast)까지 포함된 항목으로, 돈을 내고 구독하려면 월 2만9000원이 든다. AI 프로를 사용하고 싶은 사용자들에게는 17만4000원의 절감 효과가 있는 셈이다. Z 폴드 7 제품은 넓은 화면 크기로 인해 영상 편집하기도 좋은 제품이니, 비오 3를 사용해 생성형 AI 영상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온디바이스 AI도 꾸준히 발전
현재 AI 시장에서 애플이 물을 마시고 있는 이유는 개인정보보호를 지나치게 지키려다 문제가 생겼다는 전문가 의견이 있다. 사실 저 말은 AI 모델 구축에 실패한 것에 대한 핑계일지도 모른다. 삼성이 그걸 증명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은 앱 연동 서비스에는 제미나이를 탑재했지만, 온디바이스-정보 처리-맥락 파악-정보 제안의 흐름에는 철저하게 온디바이스를 쓰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언팩에서 등장한 ‘여행’이다.
예를 들어 여행에 간다고 치면, 현지에 도착했을 때 자동으로 여행지 정보나 가볼만한 곳, 환율 등을 자동으로 띄워준다. 대단한 AI라고는 볼 수 없지만 사용자 니즈에 적합하다.
업무나 건강 정보 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처리된다. 개인의 생애주기에 맞춰 아침에 일어나면 일정 등을 설명해주고, 저녁에는 레시피를 추천하는(물론 이때 배민을 켜게 된다) ‘나우 브리프(Now Brief)’ 등도 온디바이스로 구동된다.
삼성은 이 개인정보를 기기 내에서만 처리하도록 삼성 녹스 볼트(Knox Vault)를 설계해 사용하고 있다.
이외 멀티미디어 기능도 꾸준히 발전 중이다. 포토 어시스트(Photo Assist)는 사진 속 불필요한 인물이나 사물을 한 번에 지운다. 갤럭시 S25 발표 시 호평을 받았던 오디오 이레이저(Audio Eraser) 역시 기기 내에서 처리된다. 동영상에서 음성, 군중 소리, 바람 소리, 자연음, 잡음, 음악 6가지 소음을 제거하며, 통화 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 오디오 이레이저의 경우 품질 면에서 이미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대화 녹음, 회의록 작성, 글쓰기 도우미 등이 온디바이스로 작동한다.
애플이 가야할 길 삼성이 대신 보여주는 느낌
삼성은 실시간 검색을 위해서는 제미나이 라이브를, 사용자 맥락 파악을 위해서는 온디바이스 AI를 사용한다. 가장 중요한 정보들, 개인의 행동이나 동선, 컨텍스트 등은 여전히 기기에 남겨둠으로써, 구글에게 주고 싶지 않은 정보는 지키고 보안 성능도 얻게 됐다. 이는 애플이 그렇게 주장하던 개인정보보호와 지식검색을 동시에 잡은 선택이다.
사실 제미나이 라이브의 경우 다른 AI로 대체해도 큰 문제는 없다. 요즘 주요 AI 중 멀티모달이 아닌 AI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했으면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을 것이다.
제미나이 도입을 위해 빅스비를 포기(까진 안했다)하다니 과감한 결정이다. 애플과는 조금 다른데, 애플은 챗 GPT를 받아들이긴 했지만 시리를 통로에 껴놓았다. 덕분에 기기 조작과 지식 검색이 모두 가능하게 됐지만, 뭘 묻는 것 외에 아이폰이 할 수 있는 AI는 별로 없다.
삼성은 AI 면에서 현존하는 폰 중 가장 훌륭한 폰을 만든 셈이 됐다. 애플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삼성의 발표 후 삼성 주가는 간만에 회복세를 띄고 있다. 애플 주가에는 큰 변동이 없다.
■ 이 기사는 AI 전문 매체 ‘AI 매터스’와 제휴를 통해 제공됩니다. (☞ 기사 원문 바로가기)
AI 리포터 (Aireport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