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염불 된 '3시간 복구'…민낯 드러낸 디지털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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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흔적. 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 창문이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 화재로 불에 타 있다. [사진=연합뉴스]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흔적. 27일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5층 전산실 창문이 리튬이온 배터리 폭발 화재로 불에 타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가 전산망이 '셧다운(먹통)'됐다. 전산망 심장부인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 화재가 발생해서다. 정부는 장애가 발생할 때마다 '3시간 내 복구', '시스템 이중화' 등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정작 실행을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다.

2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6일 저녁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하 국정자원) 대전 본원(센터) 화재로 인해 647개 업무 시스템을 세웠다. 직접 피해를 입은 시스템은 96개, 나머지 551개는 불길이 번지기 전 안전 확보를 위해 가동을 멈췄다.

정부는 화재 진압 후 주말 사이 시스템을 점검, 재가동을 순차 준비 중이다. 행안부는 “다수 시스템이 이용하는 공통서비스 및 국민의 생명·안전·재산상 손실이 예상되는 시스템을 최우선으로 복구하겠다”고 밝혔다.

순차 복구하더라도 우선 순위에서 밀리거나 규모가 큰 시스템의 경우 복구에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29일부터 공공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국민 불편이 예상된다.

이번 정부 시스템 마비의 가장 큰 원인은 서버실과 배터리실이 한 공간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화재는 국정자원 대전 센터 내 배터리(리튬이온)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배터리가 서버실(7-1구역)과 같은 공간에 위치하면서 배터리 화재가 서버실 전체에 영향을 미쳤다. 이로 인해 서버 등이 훼손되면서 결국 7-1구역에 위치한 90여개 시스템이 멈췄다.

가장 최근에 구축된 국정자원 대구 센터의 경우 배터리실이 서버실과 다른 층에 별도 공간으로 분리됐다. 배터리실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서버실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 화재가 발생한 대전 센터는 20년 전 구축된 시설로 당시 관련 규정이 없어 서버실 내 배터리가 공존한다.

3년 전 SK AX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당시 리튬이온배터리 문제가 불거지면서 국정자원도 배터리실을 별도로 분리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총 4단계에 걸쳐 지하로 배터리실을 분리하려 했고, 두 차례는 문제 없이 마무리됐다. 세 번째 작업 과정에서 문제가 터졌다.

 국무총리실김민석 국무총리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 등을 살피고 있다. 사진 출처 : 국무총리실

대전센터의 구조적 문제 외에 정부의 대응 체계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SK AX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국정자원의 시스템 구조를 우려하는 지적에 대해 “대전센터가 화재나 지진으로 한꺼번에 소실될 경우, 재해복구시스템으로 실시간 백업된 자료로 3시간 이내 복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화재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2년 전 전산망 장애 이후에 발표한 대책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다.

정부는 1·2등급 정보시스템은 네트워크, 방화벽 등 모든 장비에 대한 이중화를 진행해 무중단 서비스를 제공하겠다 발표했지만 이 역시 이제 시범 사업을 수행하는 단계다.

또 행정전자서명(GPKI), 모바일 신분증 등 공통기능 서비스에 대해서는 장애 상황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재해복구시스템을 여러 지역에서 동시 가동하는 방식(멀티리전)을 적용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한 IT서비스 업체 대표는 “그나마 주말이라 대민 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피해가 덜한 편이었다”며 “민간에서 기본인 서비스 이중화가 공공에선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으로, 배터리 화재 역시 예견된 사고였던 만큼 비상대책 플랜을 세워놓고 이중 삼중 안전대책을 마련했어야 하는데 이 모두 제대로 시행되지 않은 인재”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28일 비상 대책 회의에서 “신속한 장애 복구와 함께 이중 운영 체계를 비롯한 근본적인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김지선 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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